[여행] 노르웨이 자동차 여행 - 3. 올레순, 알네스 등대, 그리고 온달스네스

2022. 7. 23. 20:42아이와 함께하는 여행

할까 말까 고민될 때는 일단 해보는 것이.



새벽부터 블라인드를 뚫고 들어오는 강렬한 햇살에 저절로 눈이 떠졌습니다.

일기예보를 보니 오늘내일은 하루종일 비가 오는 모양이더라구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몇 시간마다 새로고침을 해보았지만 그대로인 걸 보니 어쩔 수 없는 모양입니다.
그래도 시시각각 변하는 이곳 날씨인 만큼 잔뜩 변덕을 부려주길 바라며. 출발해봅니다.

 

 

오늘 하루도 출발!

 

오늘의 주된 일정은 올레순(Ålesund) 방문입니다. 대서양과 맞닿아있는 항구도시죠.

올레순을 갈까 말까를 고민하기도 했지만 전체 일정을 통틀어 도시 방문은 오슬로, 그것도 몇시간 남짓 뿐이라 일정에 넣어보기로 합니다....는 여행을 출발하기 전의 계획이었는데,

첫 날 잊지못할 추위를 겪은 우리 가족은 오늘 긴 옷을 사러 무조건 쇼핑몰에 가기로 합니다.
앞으로의 일정은 모두 산을 넘나들 예정이거든요.
근처(라고는 해도 왕복 250km지만)에 올레순 정도의 큰 도시가 아니면 쇼핑몰은 없으니,

올레순 일정은 어쩌면 운명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올레순으로 이동~

 

 

그렇게 도착한 올레순은 아담하고 아름다운 항구도시였습니다.
울퉁불퉁한 돌바닥은 순간 파리를 떠올리게 하기도 했고
일관된 디자인의 유럽식 저층 건물들은 정겹고 아름다운 느낌을 줍니다.

미리 찾아둔 쇼핑몰에 찾아들어갑니다.
쇼핑몰이라도 해도 우리나라에서 떠올리는 그런 큰 규모는 아닙니다.
3층짜리 뉴코아가 있다면 이런 모습 이겠네요.

 

그와중에 아이는 놀거리를 찾아냅니다. 어찌 이런걸 그리 잘 발견하는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참새

 


쇼핑몰에서 일을 보고, 악슬라 전망대에 가보기로 합니다.
악슬라 전망대도 갈까 말까 고민을 했었어요.
약간 하이킹 느낌으로 언덕을 올라야한다고 들었거든요.

아이와 함께 있으니 많이 걸어야하는 건 다 피해야 할 것 같았지만 일단 가 보기로 합니다.

악슬라 전망대에 가신다면 꼭대기까지 자차를 몰고갈 수도 있습니다.

위에도 주차장이 마련돼있어요. 하지만 저는 지하주차장에 세워두고 걸어서 올라가시는 걸 추천합니다.
그 이유는 조금 뒤에 설명드릴게요.


악슬라 주차장 입구. 출처:parkme.com

 


주차장 입구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일방통행이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

 

차량을 세워놓고, 들어갔던 저 입구로 도로 걸어나오셔서 뒤로 휙 도신 후,

언덕을 올라가시면 공원이 나오는데, 그렇게 이어지는 계단길을 따라 오르면 악슬라 전망대에 닿을 수 있습니다.



 

 

악슬라 주차장 내부 모습입니다.
널찍한 인도가 있어서 걸어다니기 편리하게 되어있습니다.

노르웨이에 와서 정말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게 터널의 모습 인데요.
대부분의 터널이 사진과 같이 '동굴'처럼 공사되어있습니다.
종유석도 있고 군데군데 물이 새어나와 벽면이 젖어있기도 합니다.
우리가 떠올리는, 반듯하게 깎은 반원 모양 터널은 거의 만나보질 못했습니다.
의도와는 별개로 이런 공사를 어떻게 한거지? 마감은..?


 

여긴 꼭 왔었어야 했네!


예상했던 대로 아이는 별로 걷고싶어하지 않았어요.
일정이 어그러질까 초조해지기 시작했는데, 마침 옆에 놀이터가 있더라구요.

"우리 올라갔다 내려와서 놀이터 가자?"
라고 아이를 달래며 계단을 오르기 시작합니다.

악슬라 전망대는 총 419계단 이더라구요.
친절하게 50개 마다 계단에 숫자가 적혀있었습니다.



 


하지만 굳이 400계단을 안 올라도 금세 이런 멋진 뷰와 만날 수 있습니다.

"와! 여긴 꼭 왔어야했네!"
라고 아내가 말했는데 제 생각도 같았습니다.


인터넷에서 많이 봤던 모습이죠?

 


두 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의 좁은 시멘트계단과 분명히 존재하지만 위태해보이는 난간이 한 걸음씩 내딛을 때마다 설렘을 전해둡니다.
계단을 오르는 동안 저런 멋진 풍경을 계속 구경할 수 있습니다.
높이와 위치가 조금씩 달라지면서 보이는 모습도 조금씩 달라지죠.
이게 지하주차장에 대고 올라가는게 좋겠다고 생각한 이유입니다. 
처음부터 꼭대기에서 시작하면 이런 경치를 제대로 못 누렸겠지요.

전망대 끝에 거의 다다르면 관광객을 위해 조그맣게 통유리 스카이워크 난간도 마련돼 있습니다.
무너지지 않을 걸 알지만 항상 무섭네요. 



3/4 쯤 올라왔을 때 보이는 전경

 


계단을 모두 오르면 레스토랑과 주차장이 나타납니다.
그래도 힘내서 올라왔으니 보급을 해줘야겠죠?
아이스크림과 샌드위치를 하나씩 입에 물고 잠시 경치를 즐겨봅니다.

 



식당에 규모가 좀 있거나, 관광객들이 모인다 싶으면 어김없이 어린이들을 위한 장난감들이 마련되어있습니다.
여기도 BRIO 기차놀이 세트와 레일이 깔려있어서 한참 놀다가 갔네요.

하산을 하고 난 뒤 아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놀이터에 갑니다.

 

 

 

 

'잠깐 허기진 호기심이나 채워주고 얼른 떠나자'

라는 생각으로 들렀던 놀이터는 의외로 크고 종류도 다양했습니다. 

 

어린 유아들이 노는 공간부터 제법 형님들이 놀 수 있는 놀이기구들로 꾸며진 놀이 공간도 있었습니다. 

저보고 하라고 해도 선뜻 나서기 어려울 정도로 난해하게 생긴 놀이기구도 아이들은 곧잘 타고 놀았습니다.

 

 

 

 

우리 가족이 전세를 내나 싶었지만, 이내 다양한 인종의 현지 아이들과 엄마들이 모여들어 북적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놀이터를 찾는 아이들이 점차 늘더니 급기야 덤블링을 하는 아이까지 등장하면서 점입가경을 이루었습니다. 

까만 바가지 머리를 한 동양 아이가 노란 머리 아이들과 어울려 노는 모습을 보니 신기하기도 하구요. 

놀이터는 기대를 안 했는데 완전 뽕 제대로 뽑았습니다. 

 

다음으론 알네스 등대(Alnes fyr)를 보러 가기로 합니다. 

 

 

https://goo.gl/maps/ZAosFmXP8QKeRucx9

 

Alnes Fyr · Alnesgard, 6055 Godøya, 노르웨이

★★★★★ · 관광 명소

www.google.com

 

 

사실 알네스 등대도 보러갈까 말까 고민을 했어요. 

시원하게 뻥 뚫린 대서양 바다를 보면서 멋진 카페에서 차 한잔 하고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날씨가 우중충했거든요. 

더 멀리간 만큼 되돌아오는 거리가 길어지는 데 따른 부담도 있었고요. 

 

그래도 강행합니다! 

 

 

길을 잃어, 예쁜 골목 안으로 잘못(?) 들어서고 말았습니다.
멋진 다리를 건너보기도 합니다.

알네스 등대로 가려면 지나야 하는 왕복 1차로 터널.

 

 

올레순에서 알네스 등대까지 가는 길은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등대에는 엄청난 바람과 보슬비가 흩뿌리고 있었습니다. 

 

 

 

 

서있기도 힘든 강바람 앞에서 부랴부랴 등대 앞에서 한 장 남기고, 이제 되돌아가기로 합니다. 

뒤에 보이는 등대는 내부에 들어가볼 수도 있다고 하니

날씨가 좋을 때 오신다면 멋진 풍경 보시며 추억 한아름 들고 돌아가실 수 있을 것 같네요. 

 

물론 찾아온 게 후회되지는 않았어요. 

신기하고 재미있는 경험을 한 건 사실이니까요. 

 

고되야(Godøy)섬을 떠나기 전, 욕심을 내서 차를 대놓고 사진을 몇 장 남겨봅니다. 

 

 

 

 

평온해보이는 시골 마을에서도 차 사진을 남겨봅니다. 

 

 

 

 

그렇게 왔던 길을 돌아갑니다. 

여전히 멋진 풍경을 감상하면서요.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풍경이 달라지니, 지겨울 새가 없어서 즐거웠습니다. 

 

 

 

 

이제 오늘은 일정은 온달스네스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산에 오르는 걸로 마무리하기로 합니다. 

 

 

https://goo.gl/maps/rR1S36x2m6k5fMkH8

 

Romsdalsgondolen · Jernbanegata 1, 6300 Åndalsnes, 노르웨이

★★★★★ · 산악 케이블카

www.google.com

 

 

케이블 카를 탈지 말지도 고민했어요.

성인 2명만 해도 왕복 10만원 돈인데 날씨가 너무 흐려서 아무것도 안 보이는거 아닐까 하고요. 

하지만 역시 강행하기로 합니다. 

 

케이블 카는 사이트에서 미리 예약을 할 수도 있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이 현장에서 구매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산 꼭대기에 Eggen Restaurant 이 있는데 평이 좋아보이더라구요. 

여기에서 저녁 식사를 할까 하다가 굳이 하지는 않았습니다만, 둘러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높은 곳에 있어서 뷰가 끝내줍니다. ^^

 

굳이 레스토랑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밖에서 간단히 차를 마실 수 있습니다. 

 

 

Eggen Restaurant | Romsdalen

 

Eggen Restaurant | Romsdalen

Velkommen til Eggen Restaurant, 708 meter over havet på toppen av byfjellet Nesaksla i Romsdalen.Ta turen opp med Romsdalsgondolen og få en utsøkt matopplevelse med en 360-graders utsikt til majestetiske tinder som Romsdalshorn, Store Vengetind og Kirke

www.romsdalen.no

 

 

 

 

근처에 주차를 하고 케이블 카를 타러 이동합니다. 

케이블카는 올라가는 편, 내려오는 편 모두 30분 간격으로 운행 하더라구요. (매 정시, 30분)

마지막 리턴은 23:00 라고 하니 차편이 끊길 염려는 없었습니다. 

 

날씨가 흐려서 그런지 탑승객이 거의 없었습니다. 덕분에 여유롭게 오를 수 있었네요. 

 

 

 

 

 

케이블카가 도착하니 아늑하게 몸을 녹일 수 있는 건물(Eggen restaurant이 있는 곳)과 뒤 돌산으로 올라갈 수 있는 산책로가 나 있었습니다.

구름이 살짝 걷히는 걸 보니 저도 모르게 발걸음이 빨라지더라구요. 

기대하지 못했던 모습에 신나게 카메라를 꺼내들었습니다. 

 

 

여기도 무조건 왔어야했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풍경.
웅장한 바위산 사잇길이 트롤스티겐으로 향하는 길 입니다. 우리 가족이 만날 곳이죠.

 

 

여기에서 트래킹을 시작하거나 이어갈 수도 있게 되어있었는데요. 

옆으로 난 길은 조금만 헛디디면 그길로 굴러떨어지게 생겨서 무서웠습니다만, 꼭 이런 길은 가보게 되더라구요. 

 

 

 

 

트롤베겐이 있는 앞쪽 경치도 멋지지만 뒷쪽 Isfjorden 방향도 골이 깊어 인상적이었습니다. 

 

 

트래킹으로 이어지는 이정표들

 

 

혼자 경치를 구경하기가 아쉬워, 가족들을 불러옵니다. 

처음엔 추워서 망설이는 것 같았는데 가족사진도 찍고, 근처에 남들이 해놓은 것 처럼 돌 무더기도 하나 만들어봅니다. 

 

 

 

 

실컷 놀고나서 다시 하산하기 위해 케이블카를 타러 돌아갑니다.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케이블 카를 돌아보니 온통 구름이 끼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헐. 

놀러 왔다고 잠깐동안 하늘이 열렸던 걸까요? 

 

오늘 이후에도 여행 중 할까 말까, 갈까 말까 망설이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고민 될때는 일단 전부 해봤습니다. 

해본 것 중 별 볼일 없는 건 있었지만 아쉬움은 없었어요.

아마 해보지 않았더라면 분명 아쉬움은 남았겠죠.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