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7. 26. 14:20ㆍ아이와 함께하는 여행
한 여름에 만나보는 눈.
다사다난했던 하루를 떠나보내고 다음 날 눈을 떠 보니 기쁜 일들이 찾아오고 있었습니다.
우선 날씨가 맑아지고 있었죠.
구름은 여전히 깔려있었지만 끊임없이 내리던 비가 그치고 마을이 밝아졌어요.
그리고 카메라가 다시 살아났습니다!
잠깐 스며들었던 빗방울이 말라서 그런것인지 카메라가 원래대로 돌아와주었어요.
감사한 마음으로, 이대로 여행이 끝날 때 까지 버텨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집 밖을 나서봅니다.
아침 산책은 어제 방문했었던 피요르 센터(Norwegian Fjord Centre)에서 시작합니다.
피요르 센터는 건물도 무척 이쁘고 실내도 알차 게 꾸며져있었는데 사실 바깥도 아주 아름답습니다.
산 위에서부터 흐르는 폭포가 피요르 센터 옆을 지나 게이랑에르로 흘러들어가는 모습을 멋지게 마련된 데크를 걸으며 즐길 수 있거든요.
어제는 날이 흐리고 비가 많이 와서 둘러볼 생각을 못 했는데 날씨가 맑아지고 있으니 오늘은 고민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피요르센터에서 게이랑에르 쪽으로 내려와보기로 합니다.
그저 산책로 인 줄로만 알았는데 여러 갈래의 트래킹 코스로 이어지는 곳 이더라구요.
이정표를 보니 어제 저녁 식사를 했던 레스토랑 바로 옆에 위치한 Vasterås 라는 코스도 보이네요.
앞을 보면 풀, 숲과 폭포수가. 뒤를 돌아보면 게이랑에르가 있다니, 꿈만 같은 풍경입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어딜 가든 물줄기가 매우 거셉니다. 그래서 경이로우면서도 두려움이 있어요.
물을 보며 이런 감정을 느끼는 건 처음입니다.
발걸음을 옮기다 보니, 포토 스팟이 나타났습니다.
게이랑에르와 나뢰피요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는 비석이 있네요.
게이랑에르, 첫 번째 감상
어제의 외르네스빙엔 말고도 게이랑에르는 그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관람 장소가 여럿 있는데요.
지금 우리는 그 첫 번째 장소에 와 있네요.
https://goo.gl/maps/9mfHfaPAQohUh7CG7
오늘은 이렇게 각각의 관람 명소들을 거쳐가며 게이랑에르와 작별하려 합니다.
게이랑에르 이후의 63번 국도는 모두 산길이라, 당분간은 문득 헤어짐이 아쉬워 뒤를 돌아보더라도 여전히 게이랑에르가 손을 흔들어주고 있을거예요.
새들의 지저귐과 힘찬 폭포소리를 들으며 다시 숙소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이젠 정말로 떠날 시간!
게이랑에르, 두 번째 감상
숙소를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번째로 게이랑에르를 감상을 할 수 있는 곳을 만났습니다.
https://goo.gl/maps/2P8nMr31KtQSRo747
아침 산책으로 들렀던 곳 과는 분명하게 다른 모습이죠?
높이가 달라지니 보이는 모습도 색다르게 느껴졌습니다.
맨 오른쪽의 가운데에 어제 저녁 식사를 했던 Westerås Restaurant 도 조그맣게 보이네요. ^^
하늘이 점점 열리고 있어서 정말 감사할 따름이었습니다.
유명한 관광지에 왔으니, 북적이는 많은 인파를 뚫고 우리 가족도 사진을 남겨봅니다.
개구쟁이 아들은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자는 척을 하기 시작하네요.
한적하면서도 고요한 숲&산길을 따라 올라갑니다.
매일 유목민 처럼 많은 거리를 달려왔는데 운전이 피곤하거나 지치질 않네요.
멋진 풍경과 항상 함께해와서 그런걸까요?
조금 더 올라가다보니 새로운 유적지를 발견했습니다.
https://goo.gl/maps/bCC8eSaMWcjAR9t96
노르웨이어로 Knuten 이라는 곳인데 1800년도 후반에 만들어진 도로라고 합니다.
게이랑에르 뒤쪽 산 길은 은근히 경사가 있는데요.
당시 이 곳을 오르기 위해 이렇게 돌아가는 모양의 도로를 세운 것 같습니다.
지금은 이곳으로의 차량 통행은 금지되어있고, 보행자 또는 자전거만 출입이 가능합니다.
특별한 볼거리는 없고 자연 속에 특이하게 생긴 다리의 운치를 감상하는 정도로 들러볼 만 할 것 같아요.
아이는 이 곳에서도 자기만의 모험거리를 발견했습니다.
물 웅덩이에 작은 자갈들을 차서 밀어넣는 게 즐거웠는지, 밑창이 떨어져나갈 정도로 한참을 놀았어요.
직접 걸어보니 다리에 부하가 걸리지 않을 정도로 완만하더라구요.
아치형의 터널과 경사로를 모두 돌멩이로만 꽤나 정교하게 쌓아올린 모습이 멋스러웠습니다.
신나는 발차기 시간을 마치고 또 이동해봅니다.
분명 여행중이지만 이어지는 산길을 따라 가다보면 오히려 재충전이 되는 느낌입니다.
얼마 쯤 가다보니 또 관광지인 것 처럼 공터가 나타나, 차를 세워보았습니다.
나중에 구글지도로 찾아보니 정말 그렇네요. :D
https://goo.gl/maps/H6tdUxKH4k6UYsva7
이곳에서 우리 가족은 처음으로 눈과 만났습니다.
그 동안 지나가면서 쌓인 눈을 볼 기회는 많았지만 (물론 이것도 너무 신기했었죠.) 직접 만져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그래도 한 여름인데 눈이 좀 덜 차갑지는 않을까? 라고 생각했었는데 눈은 눈 이었습니다.
손 시려웠어요.
아이도 눈을 만난 게 즐거웠는지, 이런저런 장난을 쳐 봅니다.
눈사태라도 일으킬 요량으로 눈에다 발길질을 해대네요.
또 게이랑에르를 생각하며 뒤를 돌아봅니다. 게이랑에르 마을은 보이지 않는군요.
중간에 헛간처럼 생긴 집들이 있는데, 사진에서 보이는 것과는 다르게 꽤나 멀리 떨어져있습니다.
시야에 들어오는 장면이 역동적이고 입체감이 있었는데 사진으로는 전달이 잘 안되네요.
최대한 이 느낌을 살려보려고 노력했는데 살짝 아쉽습니다.
달스니바(Dalsnibba) 전망대를 향해 산행을 이어갑니다.
멋진 구불길을 따라 가다보니 아예 눈으로 막혀버린 샛길이 있어서 그쪽으로 차를 몰고 들어가봅니다. (?)
이번에는 좀 더 본격적으로 눈을 만져볼 수 있겠네요.
모두들 차에서 내려 눈 길을 걸어보기로 합니다.
(아마도 도로였던 것 같은) 도로 양 옆은 고저차가 있을텐데, 눈으로 잔뜩 덮혀있으니 빠질 염려는 없을 것 같았어요.
우리가 떠올리는 뽀드득 거리는 하얀 눈은 아니었지만, 한여름에 발바닥 주변에서 냉기를 느껴보는 경험은 정말 특별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눈 장난.
끝부분 눈은 손으로 잡혀서, 눈뭉치를 만들어 던지고 놀아봅니다.
이윽고 달스니바 전망대 요금소 앞 호수에 도착했습니다.
호숫가 중간중간 얼음이 떠 있더라구요.
아무리 서늘하다고 해도 바깥 온도는 10도 남짓인데, 어떻게 눈과 얼음이 그대로 남아있는지 신기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게이랑에르를 볼 수 있는 마지막 뷰 포인트를 향해 이동합니다.
https://goo.gl/maps/KBBNBsGxduvfURct7
달스니바 전망대는 엄청 높은 산 꼭대기에 위치해있는데요.
특이하게도 이 곳에는 요금소가 있습니다.
승용차 1대는 270kr (약 3500원 정도) 이고, 카드도 사용 가능합니다.
요금소 앞에는 커다란 글씨로 "OWN RISK!" 라고 적힌 표지판이 있더라고요.
아마 어서오세요! 환영합니다! 라는 뜻 이겠죠?
기다렸다는 듯이 요금을 지불하고 본격적으로 등산을 시작합니다.
심한 경사로의 구불길과 헤어핀을 10km 정도 올라가야 해요.
아들이 육백마지기를 오를 때 심각하게 토를 한 적이 있어서, 아주 조심스럽게, 뒷차에게 양보하며 천천히 올랐습니다.
게이랑에르, 세 번째 감상
얼마간 시간이 지나고 무사히 등반에 성공했습니다.
차를 주차하고 내려다보니 그 모습이 가히 장관입니다.
눈과 바위, 풀이 뒤덮힌 자연과 그 사이로 난 구불길.
그리고 저 멀리 게이랑에르가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있습니다.
이제 이 전망대에서 하산을 시작하면 게이랑에르는 더 이상 만날 수 없겠죠.
숨막히는 절경에 넋을 놓고 멍을 때려봅니다.
여느 건물과 마찬가지로 이 곳 전망대도 자연과 조화를 이루면서 아름답게 만들어져있습니다.
전망대 데크 한 가운데 튀어나온 바위를 그대로 살려둔 것도 그렇죠.
데크는 구멍이 송송 뚫린 철판으로 만들어져있는데, 그 밑은 그냥 낭떠러지입니다.
전망대 높이가 1500m 인데, 철판 구멍 사이로 밑을 내려다보면 그 끝이 어디까지인지 보이질 않습니다.
저 유리난간도 아주 튼튼하지만 가슴 부근 까지밖에 올라오질 않으니, 가까이 가면 벌벌 떨립니다.
아이는 그런 곳에서도 신나게 점프를 해댑니다.
전망대 건물 안에는 방문객 쉼터와 기념품 가게, 화장실 등이 있습니다.
북유럽 감성 뿜뿜하는 전자 난로도 있었고요.
경진대회 수상경력이 있다는, 게이랑에르 문구가 붙어있는 초콜렛을 간식으로 먹어봅니다.
한참 휴식을 취한 우리는 이제 하산할 준비를 합니다.
게이랑에르와 작별하고 이제 새로운 자연을 만나러 떠나야겠죠.
아직도 Norwegian Scenic Routes 가 3개나 남아있으니까요!
남은 63번 국도의 여정은 평온하고 즐거웠습니다.
굴곡진 산맥과 숲, 중간중간 만날 수 있는 이끼가 덮여있는 헛간들.
이제는 익숙해졌지만, 그럼에도 그림같은 노르웨이의 풍경을 즐기며 63번 국도의 Scenic Route 여정은 끝이 났습니다.
우리 가족은 서로 노르웨이 여행을 Scenic Route 위주의 자동차 여행으로 꾸리기를 잘 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풍경을 선사해주기도 하고, 예상했던 풍경이라면 예상보다 더 드라마틱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