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노르웨이 자동차 여행 - 2. 피크닉, 그리고 트롤벽(Trollveggen)

2022. 7. 20. 22:57아이와 함께하는 여행

 

뜻밖의 자연속에서.

 

 

27번 도로를 따라 한참을 달리다보니, 어느덧 점심을 먹을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구글지도에서 도로 중간중간 휴게소(라고 하지만 화장실과 테이블만 있는 곳)가 있는 걸 보고 

적당히 가다가 보이면 들어가야겠다. 하고선 더 찾아보진 않았었는데요. 

 

막상 배가 고파지니 그 많던 휴게소가 안 보입니다. 

 

참고로 노르웨이에서는 눈 부릅뜨고 운전해야 합니다.

코딱지만하게 눈에 띄지도 않는 표지판이 지나가면 어? 뭐였지? 하는 사이에 출입구를 지나쳐 버립니다. 

심지어 표지판도 없이 출입구만 덜렁 있는 곳이 많습니다.

어디론가 제대로 찾아 들어가려면 긴장 바짝 하고 있어야할 것 같아요. 

 

 

그냥 아무 골목이나 들어가보자. 그럼 뭐라도 나오겠지.

 

 

배고픔을 더 참기가 어려워지자, 아무데나 뚫린 골목길로 차를 몰고 들어갑니다. 

그냥 시골길입니다. 밑으로 강물이 힘차게 흐르고 있는 다리를 지나는 것 빼고는 특별할 게 없어보였어요. 

 

어? 

 

다시 차를 돌려 돌아옵니다. 

다리 밑에서 빈 나무 테이블을 발견했거든요. 

 

마침 근처 진흙밭에 정차돼있던 VW ID3 한 대가 떠나는 걸 보고 잽싸게 그 자리에 우리 V90의 머리를 들이밉니다. 

 

 

오늘 점심은 여기다!

 

 

그렇게 예정에 없던 장소에서 예정대로 식사를 시작했습니다. 

메뉴는 우유와 샌드위치, 빵, 그리고 치즈 입니다. 

주인도 관리자도 없어보이고 아무것도 없이 덩그러니 나무 테이블만 있는데 새 것처럼 깨끗합니다.

너무 깨끗해서 양심에 털이 났더라도 도저히 여기다가는 쓰레기를 버리고 갈 수가 없을 처럼 보였습니다. 

 

대체 누가 이 무거운 테이블을 굳이 여기까지 옮겨다주셔서 이런 추억을 선사해 주신건지..

내심 감사할 따름이었습니다. 

 

며칠 더 여행을 하다보니 알게 되었는데, 저렇게 생긴 피크닉용 나무 테이블은 만나보기가 어렵지 않았습니다. 

지나다가 오, 여기 좀 예쁜데? 하는 생각이 들면 어김없이 나타날 정도로요. 

 

"경치 좋은데서 좀 쉬면서 먹다가 가!" 

 

마치 이렇게 알려주는 것 같았어요. 

(그만큼 이런 곳에서는 캠핑카도 종종 만나게 됩니다. ㅎㅎ)

 

 

시원하게 흐르는 개울

 

 

바로 옆에는 개울이 힘차게 흐르고 있었습니다. 

조곤조곤 대화하면 말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요.

 

노르웨이에 와서 가장 신기했던 것 중 하나는 바로 '물' 이었습니다. 

어딜 가더라도 흘러넘치는 물을 쉽게 만날 수 있어요. 

산이 있다면 폭포가 쏟아지고, 평지가 있다면 강물이 흐릅니다. 

과장 좀 하면 소정방폭포 정도의 물줄기는 그 자리에서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면 만날 수 있을 정도입니다.

 

가느다란 물줄기가 졸졸거리며 흐르는 우리 집 뒷산의 개울을 보면서 

비가 잔뜩 내려 물줄기가 시원하게 좀 흐르는 걸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몇 번 한 적이 있었는데 

그 꿈은 노르웨이에 오자 바로 이루어졌습니다. 

 

 

찰나의 순간에 피크닉 테이블을 발견한 나 자신을 칭찬합니다.

 


배를 채운 뒤 차를 끌고 다시 한참을 이동하자, 드디어 돔보스(Dombås) 라는 마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E6 대신 Rondane 산길로 달려온 우회도로가 드디어 끝난 것이죠. 

 

경부고속도로 E6와 온달스네스로 가는 E136도로가 맞닿은 JC 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참고로 이 동네 고속도로 JC는 회전교차로 입니다. 

신호등 같은 건 도시에 가야 만나볼 수 있습니다. 

덕분에 일부러 어딘가에 들르는 상황이 아니라면 완전히 멈출 일 없이 시원하게 달려나갈 수 있습니다. 

 

 

 

 

E6도로가 큰 강을 중심으로 양 옆 야트마한 산에 숲과 나무가 울창한 경치를 보며 달려왔다면, 

돔보스에서 시작하는 E136도로는 분위기가 전혀 다릅니다. 

못해도 수백 미터는 되어보이는 큰 바위산들이 양 옆에, 그것도 코 앞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가깝게 우뚝 서있고

그 사잇길을 구불구불 달려가게 됩니다. 

 

 

 

트롤베겐(Trollveggen) 가는 길

 

 

'이게 사진으로만 보던 피요르 지형인가보다.'

 

Rondane의 뻥 뚫렸던 산악지형과는 또 다른 모습입니다. 

고개를 들어올려야 꼭대기가 보일 정도로 높이 솟은 바위들은 어깨위에 저마다 녹지 않은(않을) 눈들을 얹고 있었고 

구름은 차마 그 바위산들을 넘지 못하고 그저 그 주변을 신비하게 맴돌고 있을 뿐 이었습니다. 

 

 

돔보스 부터는 주변 험준한 산세를 따라 도로가 이어집니다.

 

 

트롤 벽(Trollveggen)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지만,

쉬지 않고 먼 거리를 이동해온 탓에 아이가 지칠 것 같아 중간에 아무데나 차를 세워봅니다. 

 

 

 

 

차에서 내리자 어김없이 모험을 시작하는 아들. 

개미와 온갖 곤충들을 찾아내느라 고개를 들 수가 없습니다. 

 

누가 이런데 찾아올 일이 없는데.. 라고 생각했는지, 

옆에 있던 하얀 집에서 누군가가 문을 열고 나오더니, 우리 가족을 보고 웃으며 손을 흔들기 시작합니다.

우리도 손을 들어 답례했고요. 

서로 말 없이 나누는 기분좋은 인사. 

이 곳에서 자동차 여행을 하다보면 사람을 만나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닌지라, 이런 인사가 사뭇 반갑습니다. 

 

 

흔히 마주칠 수 있는 노르웨이 풍경

 

 

그렇게 자연속에서 휴식을 취한 뒤, 조금 더 차를 몰고 트롤벽에 도착했습니다. 

E136을 따라 달려오던 바위산들이 험상궂게 하늘로 치솟아 있었습니다. 

 

 

일단 기념사진부터 한 장 박고.

 

 

나름의 관광명소 답게 넓은 공터의 주차장, 그리고 기념품 샵과 레스토랑이 구비되어 있었습니다. (화장실도)

그 옆 잔디밭에는 정말 쌩뚱맞게(1) 구형 비틀이 있었는데요.

저걸 왜 두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자동차를 좋아하는, 특히 범블비에 빠진 아들로부터 점수를 따내기에 충분했습니다.

 

 

웅장한 바위, 귀여운 비틀

 

 

아들아, 이게 옛날 범블비란다.

 

공터 건너편에는 쌩뚱맞게(2) GT350 셸비가 캠핑트레일러를 매단 채 주차되어 있었습니다. 

 

"옛날 범블비?"

"응, 옛날 카마로야. 근데 셸비가 손댄 코브라란다. 옆에 코브라가 보이지?"

"정말이네?"

 

엄마는 아들과 아빠의 심도깊은 대화에 할 말을 잃은 듯 했지만, 

의외로 이 셸비는 지나가는 많은 남녀노소의 눈길을 끌고 있었습니다. 

캠핑 트레일러에 뭐라고 써있는 걸 보니 누군가가 광고용으로 놔둔 모양인데, 효과가 나름 쏠쏠한 것 같습니다. 

 

 

 

 

들른 김에 기념품 샵도 둘러봅니다. 

노르웨이 국기와 순록이 그려진 악세사리들, 그리고 온갖 모양의 트롤 인형들이 진열돼 있었습니다. 

오우거 메이지 머리가 둘 있는 트롤을 보고 좋아하던 아들의 모습이 떠오르네요. 

 

 

 

 


 

그렇게 우리 가족은 온달스네스에 무사히 도착하였습니다. 

 

마을에 도착하게 되면 무조건 긴 옷부터 사 입어야겠노라 다짐했었는데, 

생각보다 작은 마을이라 쇼핑몰 같은 건 없었고 KIWI 마트 정도만 있었습니다. 

 

현지인들의 밥상을 떠받들고 있는 KIWI 마트.  (자매품 REMA 1000, Coop)

우리나라의 이마트 에브리데이 같은 곳이고 규모는 더 큰데요. 

영업시간은 무려 밤 11시 까지 입니다. 짱이죠? 

 

 



!  TIP  !


일반적으로 노르웨이의 주차방식은 아래와 같습니다.

(도로변 노상 기준)
1. 이쁘게 차를 댄다.
2. 주차장 근처에 있는 단말기에 체크인을 한다. (주차한 시간과 차량번호 등록)
3. 볼일을 본다. 
4. 단말기에서 체크아웃을 한다. (차량번호 입력 후 출차시간 입력, 결제)

경우에 따라 단말기가 아예 없는 주차장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를 대비해 주차 어플을 하나 받아두시면 편리합니다. 

저는 easypark 라는 어플을 받아서 사용했습니다. 

우선 어플 설치 후 차량번호와 결제할 카드정보를 등록해야 하는데요. 

어플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주차장 단말기를 찾지 않고 휴대폰에서 체크인, 체크아웃을 할 수 있고 
카메라로 번호를 인식하는 큰 주차장의 경우엔 이런 번거로운 절차 없이 자동결제도 가능합니다.  

아래와 같은 UI를 가지고 있습니다. 






1. 내가 주차한 곳을 지도에서 선택하고 
2. 하단의 P 버튼을 눌러 주차를 시작. 
3. 출차할 때는 또 하단의 P 버튼을 눌러 출차시간 입력 


※ 유료주차장(and 과금시간)에 주차했는데 체크인을 안 하면 벌금을 세게 물 수도 있으니 주의하세요. 경험담 입니다. ㅠ


 

 

어느덧 시간이 흘러 오후 6시가 되었습니다.

마침 저녁을 먹을 시간이네요. 

먹을 것에 진심이신 마나님께서 순식간에 괜찮아보이는 식당을 찾아내시고야 맙니다. 

 

 

https://goo.gl/maps/MtRj3wtpdR6uh5Dr8

 

Sødahlhuset · Romsdalsvegen 8, 6300 Åndalsnes, 노르웨이

★★★★★ · 카페

www.google.com

 

 

모든 테이블과 의자가 똑같은 게 하나도 없었고,

이것저것 굉장히 많이 꾸며져있는데, 지저분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 이쁜 레스토랑 이었습니다. 

 

 

 

 

채소와 야채, 견과류를 다양하게 사용하여 담백하면서도 깔끔한 음식들.

 

수프와 샐러드는 정말 맛있었습니다. 

해바라기 씨를 비롯한 견과류들이 듬뿍 들어있었는데, 한 번씩 볶아서 넣은 것으로 보였어요. 

요리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정성을 많이 기울였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피자도 제법 맛있었는데, 이곳의 추천? 쉐프의 선택? 인 것 처럼 별표시돼있던 햄버거는 좀 별로였습니다. 

비건용 패티를 선보이려고 애쓴 것 같은데 입으로 잘 가지지 않았고 결국 남겼어요. 

 

"온달스네스에 왔으니 케이블카를 한 번 타봐!" 

"그렇지 않아도 한 번 가보려고 했는데, 고마워."

 

"우리 가게 아침부터 문 열어! 아침먹으러 올 수 있어!"

"응 알려줘서 고마워."

 

매우 친절하고 붙임성 있는 주인이 안내를 해 줍니다. 

 

 

 

 

식사를 마치고 우리 가족의 두 번째 집으로 향합니다. 

시간은 어느덧 오후 8시가 되었네요. 

 

북극권 나라들은 여름에 해가 지지 않는 '백야'로도 유명하지요. 

우리 가족이 여행중이던 7월 초에도 좀처럼 해가 지지 않았습니다. 

 

 

넵 오후 8시 사진 맞습니다. 두 번째 숙소로 향하는 길.

 

 

그렇게 긴 하루를 마치고 또 꿀잠에 들었습니다. 

 

참고로 위의 도로는 왕복 1차로인 도로 입니다. 

숙소까지 500m인데 대피로는 안 보이더군요. 

다행히 마주오는 차는 없었습니다.    :D

 

 

 

 - 둘쨋 날 점심 ~ 둘쨋 날 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