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7. 27. 16:29ㆍ아이와 함께하는 여행
태고의 자연 속에서 여름 스키를.
63번 국도의 끝에 다다른 우리는 갈림길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숙소로 가기 위해서는 LOM 방향으로 가야했는데, 목적지와는 반대 방향으로 차를 향했습니다.
바로 Gamle Strynefjellsvegen (감레 스트린네피엘스바이엔? 발음이 어렵네요) 이란 Scenic Route 를 만나기 위해서지요.
Gamle Strynefjellsvegen | Nasjonale turistveger
지도에 표시된 짤막한 258번 도로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오른쪽으로 갔어야 할 길을 왼쪽으로 틀어서, Scenic Route를 경험해보고 가는 것이 목적이었지요.
매 Scenic Route 마다 새로운 특별한 모습을 보여주어서 이번 Route도 기대가 되었습니다.
터널을 얼마 간 지나자, 258 도로의 시작점인 헤어핀 업힐이 나타납니다.
6연속(로꾸렌조꾸?) 헤어핀인데 교행이 어려울 것 처럼 도로가 좁아져서 조금 놀랐습니다.
https://goo.gl/maps/ATmvrCk4GHsyvCuU8
Scenic Route에 들어선 후의 첫 이벤트는 Videfossen 폭포 구경 이었습니다.
비데세터 호텔(Hotel Videseter)가 폭포 바로 앞에 있어서 여기에 차를 댈 수 있을 것만 같았지만, 주차도, 레스토랑 이용도 모두 투숙객 only 라고 합니다.
점심시간이 지난 상태라 허기진 발걸음으로 방문했는데 조금 허탈했네요.
이 곳을 지나시게 된다면 참고하시는게 좋겠습니다.
조금 더 가다보면 공터가 보이는데, 거기에 차를 대고 왔던길을 되돌아가면 폭포를 구경할 수 있습니다.
(찻길로 걸어서 가야합니다.)
Videfossen | Nasjonale turistveger
폭포를 찾아가는 길은 그렇게 멀진 않았습니다.
다만 아들이 배가 고팠는지 컨디션이 soso 였네요.
전망대에서는 깎아자른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폭포를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무섭게 쏟아지는 물줄기.
다만 너무 발 밑으로 쏟아지는 바람에 카메라로 멋지게 담을 수는 없었네요.
물이 쏟아지는 웅장한 모습을 제대로 촬영하려면 드론을 사용하거나, 전망대가 아닌 더 밑으로 내려가야 할 것 같습니다.
(비데세터 호텔에 투숙..? ^^)
쏟아진 폭포수는 U자 모양의 산들 사이를 지나 멀리 흘러갔습니다.
게이랑에르에서도 접했지만, 엄청 높은 산들이 이렇게 가깝게 솟아있는 모습이 참 신기하면서도 웅장합니다.
비데포센 폭포 구경을 마치고 다시 출발합니다.
구불구불 오르막 길이 이어집니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초록초록한 풀숲은 서서히 사라지고 돌덩어리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앞을 보나 뒤를 보나 모두 절경이긴 한데, 갈 수록 자연 깊숙히 들어가는 모양새 입니다.
이미 점심시간이 지나버렸는데 어딘가에 먹을 곳이 있을까요? 화장실은..?
불안함이 살짝 엄습해옵니다.
저는 괜찮은데 아들이 안 괜찮아지면 방법이 없으니까요.
그래도 이미 들어와버린 거 별 수 있나요. 실컷 구경하다 가야죠.
그렇지 않아도 좁아서 진도빼기 어려운 도로인데 아름다운 풍경이 자꾸만 발걸음을 멈춰 세웁니다.
여름 스키장에 어서오세요!
그렇게 얼마를 더 갔을까요?
점점 쌓인 눈이 많아지더니 갑자기 스키장이 나타납니다. 띠용?
한 여름에 스키장이라니.
의아해하면서 쳐다보는데 슬로프도 운영하고 있고 많은 차량들이 주차되어있었습니다.
저희가 그토록 바라던 간이 식당과 화장실도 있었죠!
https://goo.gl/maps/VSdVYay28rFsLyd68
이 좁아터지고 불편한 옛 길을 지나는 차들이 의외로 제법 있었는데요.
왜 바로 옆 편한 길 냅두고 여기로 오지? 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어쩌면 스키를 즐기러 온 사람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핫도그로 배를 채우고 화장실을 다녀옵니다.
재충전 완료. 우리 가족은 이제 살았습니다.
기왕 멈춰섰으니 주변을 좀 더 구경해봅니다.
식당 건물 옆에는 사람들이 통행할 수 있게 눈을 치우느라, 눈 벽이 만들어져 있었는데요.
쌓인 눈 높이가 얼마나 높은지 사진을 보면서 한 번 가늠해보시죠. ^^
저 많은 눈이 갑자기 무너져내리면 어쩌지? 라는 걱정이 들기도 했는데 만져보면 콘트리트 벽 처럼 엄청 단단합니다.
한편으로는 쌓인 눈의 단단함과 그 육중함을 보니 눈사태는 정말 재해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배를 채운 아들은 컨디션이 되찾자 엄청 신이 났습니다.
육중한 눈 더미에 얼마나 발자국을 찍어댔는지, 신발은 이미 다 젖었는데도 계속 눈 놀이를 하고 싶어했어요.
노르웨이 로드 트립은 방수 신발이 필수입니다.
어린이와 함께 동행하신다면 '장화'를 꼭 챙기시는 게 좋아요.
마주치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어른은 트래킹화를, 어린이는 장화를 신고 다니는게 너무 당연해보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또 길을 떠납니다.
태고의 자연 속에서 즐기는 휴식
주위를 둘러보면 눈과 바위가 초목을 대신하고 있었습니다.
교행이 어려운 좁은 비포장길이 계속 이어집니다.
진도 나가기가 정말 어려운 길 입니다.
하지만 자동차 여행자가 이런 풍경을 두고 빠르게 지나간다는 건 안 될 일인 것 같아요.
27km 남짓의 짧은 Route이지만 시간을 여유롭게 가지고 찾는 것이 좋겠습니다.
Gamle Strynefjellsvegen Route가 시시각각 전해주는 다양한 풍경을 느긋하게 감상하며 자연속에 흠뻑 젖어 보시지요.
말 없이 한참을 (동화뮤지컬을 들으며) 달려오던 우리 가족은 잠깐 내려서 바람을 쐬기로 합니다.
시원한 공기가 온 몸을 적셔주네요.
물 사이를 건너보기도 하고
언덕을 올라보기도 하고
물 가에 돌멩이를 던지고 놀기도 하고
장난감이 없더라도 아이와 놀 거리는 무궁무진 하다는 걸 느낍니다.
가던 길을 멈추고 주변을 돌아보면 놀 거리 투성이죠.
유튜브와 장난감을 찾지 않아도 되는 이 여행이 행복합니다.
아무 동물도 살고 있지않는 태고 자연의 모습이 있다면 이런 모습이었을까요?
어느덧 황홀한 자연 풍경 속 드라이브도 끝나가고 있었습니다.
짧지만 짧지 않았던 경험.
예상했던 대로, 그리고 기대했던 대로 이번 Scenic Route 도 이 곳 만의 특별한 매력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노르웨이가 품고 있는 특별한 자연을 또 경험해볼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마트에서 장을 보고 호스트의 친절한 안내를 받아 숙소로 이동을 합니다.
"어디에서 오세요?"
"게이랑에르에서 가는 중 이예요."
주행 방향을 알려주자, 숙소로 찾아오는 법을 친절하게 안내를 받았습니다.
매일 다른 숙소로 이동하면서 여러 호스트를 만나보게 되었는데, 성격도 대응도 지원도 각자 다양했어요.
이것도 이번 여행의 즐거운 점 이었습니다.
숙소에 거의 도착한 순간, 저희는 아주 멋진 다리를 만나게 됩니다.
https://goo.gl/maps/pMYrEBPomcNouAUj6
이 낡고 아름다운 다리는 뭐지? 건너가도 되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폭 3미터 이하, 무게 x톤 이하 라는 표지판을 보고 안심하고 지나가기로 했습니다.
지금까지 살아남아주어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은 이 다리 아래에는 (흔한 노르웨이 풍경 답게) 강물이 세차게 흐르고 있었습니다.
너무 인상깊게 이쁜 다리라, 다음 날 떠날 때 일부러 와서 또 한 번 건넜더랬습니다.
오늘의 숙소는 농장 어느 한 집의 지층 이었습니다.
들어가보며 아기자기하고 이쁜 모습에 감탄을 했던 기억이 나네요.
아이가 있다고 하자 손수 정리해준 유아용 침대까지.
호스트에게 고마운 기억이 남아있습니다.
저녁을 먹고 농장 주변을 산책하고 돌아오는 것으로 오늘 하루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내일은 또 어떤 여행이 기다리고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