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8. 17. 19:41ㆍ아이와 함께하는 자동차 리뷰
"이 차 우리 차예요!"
얼마 전 Mercedes-Benz(벤츠) 에서 새로운 전기 SUV를 출시했습니다.
기존의 EQA, EQC에 이어 상륙한 EQB가 그 주인공이죠.
GLB 기반으로 탄생한 전기 SUV인 EQB는 형제차량인 A, C와는 다르게 BOX 형태로, 보다 SUV다운 모습을 갖추고 있는데요.
오늘은 EQB의 여러 모습과 이를 경험해본 제 느낌을 전달해 드리고자 합니다.
차량에 탑승 후 시동을 걸어봅니다.
내연기관 차량과 동일하게 브레이크를 밟은 채로 START and STOP 버튼을 누르면 됩니다.
벤츠 라인업의 공통사양인 컬럼쉬프트(핸들 우측의 봉을 조작하여 기어를 변경합니다.) 또한 동일합니다.
차이가 있다면 적막을 흔들어 깨우는 소리도, 스티어링과 시트로 전해져오는 진동도 없다는 점 이죠.
안락하게, 신나게, 그리고 안전하게.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내연기관(기름) 자동차와 같이 크리핑(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앞으로 살살 움직이는) 상태가 됩니다.
차에 올라타 문을 닫는 순간 모두 사라져버린 크고 작은 시끄러움.
자동차는 고요함을 간직한 채 미끄러지듯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경험해보는 내내 늘 기분좋은 출발이었습니다.
엄마 손 잡은 어린아이처럼
가속에 아쉬움은 없었습니다.
내가 요청한 만큼, 내가 원하는 만큼 가속해줍니다.
전기차의 특성 상 토크가 처음부터 쏟아져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운전이 어렵지 않을까 싶었지만 오히려 더 편했습니다.
몇 개의 신호등을 지나고 정체중인 도로에서 잠깐 시간을 보낸 것 만으로도 엑셀 페달 조작과는 금세 침해질 수 있었습니다.
일부러 의도해서 깊게 밟지 않는 이상 차가 뛰쳐나가진 않았어요.
초콜렛을 만난 어린아이처럼
물론 뻥 뚫린 도로에서 시원하게 주행을 하고 싶으면 발에 힘을 실어주기만 하면 됩니다.
고속도로에서 추월을 위해 엑셀을 더 깊게 밟아보니 아무런 망설임없이 가속이 되었습니다.
굳이 끝까지 밟을 필요도 없습니다. 아니, 밟아보지 못했다는 말이 더 맞을 것 같아요. 이미 제한속도에 도달해버린 상황이었거든요.
혼자만의 여유를 찾게 된 아빠가 기분을 내고 싶을때는 터치패드 옆의 Dynamic 노브를 살며시 위로 밀어, Sport로 변경하기만 하면 됩니다.
2.1톤의 육중한 차체가 미니쿠퍼처럼 가볍게 달려나가기 시작합니다.
모든 자동차들이 태어나면서부터 달고 나오는 제로백 성적표는 전기차에게 있어서는 그저 상징적인 숫자에 불과한 것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제로백 수치로 그 차량의 가속력과 성능을 짐작해볼 수 있었는데 전기차는 우리가 가지고있던 상식을 깨는 움직임을 보여주면서 이걸 가늠하기 어렵게 되었거든요.
받아든 성적표로 순위권 다툼을 하고 랭킹에 이름을 올리는 건 분명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평생 최고속은 고속도로에서 기록하게 될 대다수 보통의 자동차들에게는 점점 그 의미가 옅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차량을 먼저 경험해본 뒤 나중에 제원을 살펴보았습니다.
EQB의 제로백은 8초 더라구요. 숫자만 본다면 좋은 기록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기때문에 위와 같이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힘들어하는 기색 없이 밟는만큼 부드럽게 가속되는 차량을 바라보며 이 숫자가 무슨 의미가 있나 하고요.
엄마의 보호를 받는 어린아이처럼
EQB를 경험하는 동안 주행 안전장치의 도움도 톡톡히 받았습니다.
톨게이트를 앞에두고 무인 카드정산기로 향하던 중 우측에서 갑자기 다른 차량이 급차선변경을 하며 다가오더라구요.
그러자 EQB는 순식간에 핸들을 왼쪽으로 틀어 서로 부딪히지 않도록 차체를 바로잡아주었습니다.
안전장치 없이 운이 나빴다면 자칫 접촉할 수도 있을 상황이었죠.
주행 중 라인 끝 부분에 가까워지면 핸들이 부르르 떨면서 운전자에게 주의를 주기도 했습니다.
회생제동
특이한 점은 전기차임에도 패들시프트가 달려있었다는 점 인데요.
처음에는 용도가 뭔지 궁금했었는데 패들시프트로 회생제동 감도를 조절할 수 있었습니다.
오른쪽(+)은 회생제동을 약하게 해주어 액셀 off에도 기존 내연기관과의 차이가 없을 정도로 부드러운 주행이 가능했고,
왼쪽(-)은 회생제동을 강하게 걸어서 충전이 더 잘되게끔 해 주었습니다.
회생제동 세기를 어느 단계로 설정하든 일정 속도(대략 10km/h 정도)에 들어서면 제동 세기가 무척 약해져서 완전 정차를 위해서는 브레이크를 꼭 밟아주어야 했습니다.
회생제동 강함(-)상태에서는 완전 정차까지 이어져 원페달 드라이빙(브레이크 없이 엑셀 조작으로만 주행)이 가능하게끔 하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드네요.
편안하게, 조용하게, 그리고 안락하게.
엉덩이만 들이밀면 자연스럽게 탑승으로 이어지는 높이.
전방 교통상황을 넓게 확인할 수 있는 트인 시야.
무겁지 않고 부드러운 스티어링의 움직임.
흔히 떠올릴 수 있는 SUV의 장점이지요. EQB는 여기에 자신만의 색깔을 더했습니다.
충격 감쇠
차량을 탑승했을 때, 처음에는 승차감이 둔탁하고 부드럽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첫째 날 일정을 마치고 집에 거의 도착했을 때, 문득 노면 상태를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울퉁불퉁한 도로가 거슬리는 기억으로 남질 않았던 것이죠.
몇 분 동안의 잠깐 시승으로는 알아차리기 어려울 것 같아요.
오돌도돌한 도로 표면은 '지금 달리는 노면이 이런 상태다' 라고 알려주기만 하는 정도였고 엉덩이까지는 전달조차 해 주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울퉁불퉁한 노면은 불쾌하지 않을 수준으로 걸러서 전달해주었죠.
맨홀뚜껑을 밟아 생기는 기우뚱거림이나 방지턱을 처리하는 수준도 훌륭했습니다.
별로인 듯 했지만 돌아보니 그것이 선녀좋았던 것이었고, 다시 타 보고 그걸 재확인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이 차량이 전해주는 승차감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너무 딱딱하지는 않지만 불쾌함으로 이어지지는 않도록, 적절한 지점을 잘 찾은 것 같습니다.
소음
이런 승차감은 정숙한 실내와 어우러져 더욱 빛을 발하는데요.
돌아보면 기억에 남는 소음은 '타이어 구름과 하체에서 들려오는 소리' 뿐 이었습니다.
풍절음은 거의 느끼지 못 했어요. 들려오기는 했지만 시끄럽다는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일부러 의식해서 들어보려고 노력한 결과이니, 평소 신경쓰지 않는다면 바람 소리는 전혀 거슬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기대할 만한 부분은 브리지스톤(Bridgestone) 투란자 T005 런플랫 타이어가 장착돼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런플랫은 타이어가 펑크가 나더라도 80km/h 의 속도로 주행이 가능할 수 있도록 버텨주는 기능인데, 덕분에 타이어 옆면(사이드월)이 단단해지고 이는 딱딱한 승차감으로 이어지게 되죠.
이 타이어는 소음 측면에서도 좋지 못한 평이 많았습니다.
어차피 타이어는 소모품이라 언젠가는 교체를 해야만 하니, 향후 정숙성 위주로 개발된 타이어로 교체하게 된다면 소음과 승차감은 더욱 개선될 수 있는 부분이겠죠.
오디오
거기에 깔끔한 오디오가 곁들여져 '편안한 승차감' 선물 패키지의 포장을 매듭짓습니다.
흥겹게 두들겨주는 저음, 그리고 선명하게 전달되는 여러 악기 소리와 가수의 목소리.
블루투스로 연결했지만 음질에 아쉬움은 전혀 없었습니다.
(카플레이가 지원되지만, C to 라이트닝 케이블이 필수입니다. 차량에 USB 단자가 없어요.)
이 모든 것이 서로 시너지를 내며 볼 수록 매력적인 승차감을 만들어냅니다.
물침대와 같은 푹신함도 아니고 회장님을 고려한 안락함도 아니지만, 온 가족이 웃고 떠들고 있는 승차감이죠.
벤츠의 향기를 한껏 머금고 있는 실내
1열 실내
차량에 탑승하면 D컷 스티어링 휠(핸들)이 가장 먼저 운전자를 맞이합니다.
세로로 길쭉한 타원형, 그리고 9시-3시 방향의 엄지 그립은 제네시스에서 자사 스티어링 휠을 제작할 때 어느 회사를 참고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벤츠 특유의 화려한 앰비언트 라이트는 시시각각 화려하게 색이 변했지만 주행중에 시선을 빼앗을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평소 수수한 걸 좋아하는 저에게도 만족스러웠어요.
주기적으로 앉은 자세를 조금씩 바꿔주는 시트 키네틱 기능도 재미있었습니다.
오랜 운전으로 쌓인 피로를 조금 덜어주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2열 실내
2열은 매우 넉넉했습니다.
공간 자체도 많이 여유로웠고 낮은 센터터널과 높은 헤드룸 덕분에 답답한 느낌도 받을 수 없었습니다.
커다란 선루프의 개방감도 좋았고요.
여유로운 수납
EQB는 넉넉한 수납공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수납공간
우선 1열 중간에는 운전석/조수석과 휴대폰을 놓기 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휴대폰은 적당히 올려놓기만 하면 무선충전이 되었습니다.
휴대폰이 튕겨져나가지 않도록 레버를 달아둔 세심한 배려도 좋았습니다.
운전석/조수석 모두 도어 하단에 수납공간이 있었습니다.
사진으로만 보면 특별할 게 없어보이지만 저 수납공간은 사실 도어 안쪽 끝까지 깊게 뚫려있답니다.
조수석 역시 동일하죠.
덕분에 많은 것을 넣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처음 손을 넣어보고 흠칫 놀랐지요.
센터콘솔에도 커다란 공간이 마련돼 있었습니다.
그 크기와 깊이가 말로는 전달이 안될 것 같아, 집에 있던 휴대폰(가로 7cm, 세로 14cm)을 같이 두고 사진을 남겨보았습니다.
다양한 용도로 활용이 가능할 것 같죠?
조수석 글로브박스는 공간을 분리하여 휴대폰 같은 작은 물품을 따로 올려둘 수 있게끔 하였습니다.
실내 수납을 과감하게, 그리고 섬세하게 구성해놓은 점이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트렁크
휠하우스의 간섭 없이 네모반듯하게 마련된 트렁크 공간에는 많은 짐들을 실을 수 있었습니다.
러기지 스크린(가림막) 아래의 트렁크 공간은 그리 크지는 않습니다만, 가림막을 떼어낸다면 높은 차체를 모두 활용할 수 있게 되어 굉장히 넓은 공간이 생깁니다.
상황에 따라 구성을 다양하게 바꿀 수 있는 게 SUV의 장점이니까요.
6:4로 나뉘어있는 2열 시트를 앞으로 밀어 더 많은 짐을 실을 수도 있습니다.
혹은 등받이 각도를 조절할 수도 있지요.
높은 차체를 한껏 활용하여 어린이용 16인치 자전거도 세워서 실을 수 있죠.
편의사항
센서만 달린 차량으로 운전을 시작해서 여전히 주차할 때는 사이드미러에 의존하고 있지만, EQB를 경험하는 동안 카메라가 보여주는 화면과 소리알림(파크트로닉)의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서라운드 뷰(차를 위에서 내려다본 것 처럼 360도로 보여줌)는 특히 눈으로는 여러 번 헤맬 것 같은 공간에도 수월하게 움직이는데 큰 도움을 주었고 차량을 바르게 정렬할 때에도 무척 유용했습니다.
차 주변을 두르고있는 센서가 장애물을 알려주는 것도 신뢰를 높여주었죠.
부딪힐 위험에 가까워지면 카메라 디스플레이에, 소리로, 그리고 HUD에도 동시에 운전자에게 알려줍니다.
EQB에는 HUD(Headup display, 유리창에 정보를 표시해줌으로서 굳이 계기판 확인을 위해 고개를 숙이지 않도록 해 줍니다) 가 장착되어 있었는데요.
필요한 정보를 상황에 따라 조금씩 바꾸어가며 보여주고 있어 실용적인 옵션이었습니다.
좌측에 자동차가 현재 향하고 있는 방향을 영문 철자로 함께 표시해주는 것도 재미있었네요.
전기 충전은 DC콤보를 사용하게 됩니다.
전기차 충전은 처음 해봤는데 사용하는 게 전혀 어렵지 않았어요.
환경부 200kW 충전기에서 65-67kW정도의 속도로 충전을 할 수 있었습니다.
시내나 근교를 다녀보니 주행거리와 충전에 부족함은 없었습니다만 멀리 떠날때에는 아쉬움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아이와 함께하는 장거리 여행은 빨리 도착하는 것 보다 잦은 휴식이 더욱 중요합니다.
동행하는 모든 순간이 여행이고 목적지로 이동하는 과정 또한 마찬가지이죠.
충전의 이유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상황에서 휴게소에 자주 들르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유명한 어느 식당의 대기줄 옆에서 갑자기 큰 소리로 ‘이 차 우리 차예요!’ 하고 외친 아들.
그 뒤를 잇는 주변의 시선은 주차돼있던 EQB로 향했고 예고없이 찾아온 민망함은 부모의 몫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었죠. 😅
EQB는 그렇게 우리 가족의 품 속에서 한 켠의 추억으로 자리하게 되었습니다.
함께할 수록 만족스러움이 커지는 자동차였고 그 경험은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마 아이의 기억속에도 오랫동안 ‘아빠차’로 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이 시승기는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의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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