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1. 25. 13:12ㆍ아이와 함께하는 자동차 리뷰
현대, 전기차 시대로의 야심찬 첫 발을 내딛다
아이오닉 5를 드디어 운전해보게 되었습니다.
이미 출시된 지 제법 시간이 지나, 지금은 어쩌면 우리나라 도로 위에서 가장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전기차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신비로움 같은 건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만 우리가 전기차를 뽑는다고 하면 가장 먼저 머릿속으로 떠올릴 자동차는 여전히 아이오닉5와 EV6라고 생각합니다. 설령 다른 자동차를 향해 곧장 스쳐지나가더라도 말이죠. 지금이라도 이런 기념비적인 자동차를 타볼 수 있어서 기쁘게 생각합니다.
시승기에 들어가기에 앞서 잠시 배경 이야기를 해 보고 싶네요.
70년대에 등장한 '포니'는 '현대자동차'라는 회사가 본격적으로 자동차를 만들어내는 시발점이 되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들 약속이라도 한 듯, 길 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물어본다면 100이면 100 포니의 모습을 떠올릴 거예요. 누군가에게는 추억으로, 어느 누군가에게는 멋짐이 폭발하는 올드카로. 세상에 나온 지 수십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국민들의 뇌리에 깊게 박혀있습니다. 심지어 포니 오너 모임까지 운영중이죠!
그런 현대자동차가 이제는 '전기차'라는 큰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수많은 부품들과 공정, 내연기관의 노하우를 생각하면 감히 뛰어들 수 없는 게 자동차 시장이었는데 전기차 시대로 오면서 이런 어려움이 모두 해소되었죠. 이미 상용화되어 쉽게 만날 수 있는 모터 기술과 획기적으로 단순해진 부품, 그리고 배터리를 컨트롤하는 기술과 주행보조를 중심으로 발전중인 SW. 나날이 중요도가 올라가는 전장 기술. 이것들이 한 데 어우러진 결과 지금의 '전기차'가 되었고, 이는 우리 머릿속의 '자동차'라는 상식을 크게 뒤흔들고 있습니다.
전기자동차는 자동차 시장 판을 뒤엎어, 원점으로 돌려놓았습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쉽사리 시작하지 못했던 예전과 달리 이제는 클라우드와 컨테이너, 쿠버네티스 등 IT 기술의 발달로 수 많은 스타트업이 등장하게 된 것 처럼, 그 동안 '차 한 번 만들어보고싶은데?' 라고 꿈만 꾸고 있었던 기업들(특히 중국 회사들)이 시장의 문턱이 낮아진 틈을 타 우후죽순 생기기 시작했죠.
오히려 현대자동차와 같은 규모의 완성차 업체들이 불리한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수 많은 부품들의 생산, 물류 그리고 수십 수백만의 노동자들. 내연기관을 생산하는 데 있어 시장 참여자가 감히 넘볼 수 없는 무기이지만, 전기차를 생산한다면 대부분 불필요해지거나 바뀌어야 할 것들이죠.
하지만 손 놓고 구경할 수는 없습니다. 뒤쳐지지 않으려면 어서 치고 나가야죠.
현대자동차는 '아이오닉5'로 전기자동차 시장에 출사표를 던집니다.
사실 아이오닉이란 이름은 Driving Device 라는 슬로건 아래에 이미 사용되어지고 있었지만, 아이오닉5로 본격적인 전기자동차의 출시를 선언하게 됩니다. 마치 '포니'가 그랬던 것 처럼요. 그래서 외모도 포니를 오마쥬하였죠.
아이오닉5가 처음 출시되었을 때의 분위기를 아직 기억합니다.
당시 제대로 된 전기차는 테슬라 뿐 이었기에 주로 모델3와 비교를 당했고, Spec과 주행거리 등을 중심으로 무지 까였습니다. 공기저항계수를 가지고도 뭇매를 맞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시간이 지나 BMW와 Benz, AUDI 등 완성차 업체들도 자사 전기차를 하나 둘 내놓았는데 기대와는 달랐던 낮은 Spec 덕분에 역으로 아이오닉과 EV6가 재조명을 받기 시작했죠. 전용 e-GMP 플랫폼 덕분에 치밀하게 확보된 넓은 실내 공간과 익숙한 현대 특유의 안락함, 가성비 충만한 풍부한 옵션의으로 중무장한 결과는 이제는 우리나라 No.1 전기차라는 타이틀로 돌려받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야심차게 준비된 아이오닉5는 어떤 모습일까요? 주행 전반과 실내, 그리고 트렁크 공간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보려 합니다.
깔끔한 첫 인상, 부드러운 주행
운전석에 탑승하며 깔끔한 인상을 받았는데, 이런 인상 만큼이나 미끄러지기 시작하는 움직임도 깔끔했습니다.
Default인 '일반' 모드로 주행을 해 보았습니다. 가감속은 부드럽고 회생제동도 크게 이질감 없이 적당한 것 같습니다. 다만 회생제동 세기 변경은 못 해봤네요. 기본 오토로만 운행 해봤는데 변경 방법을 잘 모르겠더라고요. 렌터카라 옵션이 거의 없는 것으로 보였고, 아마도 2wd 싱글모터 모델이었을 것 같습니다만 폭발적인 가속은 아니더라도 일상 주행에서 충분한 출력을 보여주었습니다.
회생제동에서 시작해 정차로 이어지는 브레이크 조작도 기분좋은 경험이었습니다.
동승자가 멈췄는지를 느끼지 못할 만큼의 부드러운 정차가 가능한 현대 기아의 이런 브레이크를 개인적으로 좋아라 합니다. 아, 이번에도 성공했어! 이런 기분. :D
다만 한 번 걸린 오토홀드가 엑셀을 밟아야만 풀리는 건 조금 아쉽습니다. 엑셀을 밟으면 움직이기 직전에 살짝 퉁. 하고 충격이 느껴지거든요. 오토홀드가 걸린 상태에서 다시 한 번 브레이크를 밟으면 오토홀드가 풀릴 수 있도록 한다면 더 자연스럽게 운전할 수 있어서 좋았겠다 싶어요. (Mercedes Benz가 이런 방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운전하기에 너무나 편합니다.
눈높이와 시야가 탁 트여서 사각에 대한 불안함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커다란 차체에 비해 스티어링 휠의 무게도 가벼워서 특히 여성 운전자들이 조작하기에 편할 것 같습니다. 스티어링은 속도에 따라 그 무게가 달라지는데요. 대략 50km/h 정도로 속도가 붙으면 적당하게 묵직해집니다. 툭툭 쳐도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요. 울퉁불퉁한 노면에서 살짝 손을 놓아보아도 흔들림이 없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주행 중 스티어링 셋팅은 만족스러웠어요.
다만 스티어링이 저속에서 너무 가벼워 장난감 처럼 느껴지는 건 아쉬웠습니다. 특히 주차를 할 때 정렬을 위해 핸들을 양 끝까지 돌리며 전.후진을 반복하게 되는 일이 많은데, 쥐고 있던 핸들을 놓치기라도 하면 스스로 빙그르르 돌다가 텅 하고 끝에서 걸려 튕겨져나오는 경험을 했습니다. 놀이동산에 있는 범퍼카 핸들처럼 말이죠.
운전자에게 안내해주는 내용이 많아 운전하기에 더욱 편리합니다.
신호 정지 시 앞 차가 출발하는데 가만히 있으면 ‘앞 차가 출발했다’고 알려주는 모습에서 조금 놀랐습니다. 특히 주차를 할 때 전후진을 반복하다보면 기어를 D <-> R 헷갈릴 때가 있는데요. 후진을 해야할 타이밍인데 변속 위치가 D로 되어있으면 운전자에게 안내를 해 줍니다. R이어야 하는데 D인 것 같다고.
솔직히 여기서는 소름이 돋았어요.
자동 내외기 순환과 오토 디포그, 미세먼지 농도 관리까지 담당하는 똑똑한 공조기 기능도 매력적 이었습니다. 섬세하고 자세하게 조정이 가능한 수 많은 옵션들은 왜 사람들이 현대기아를 찾을 수 밖에 없는지 이해 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불편할 수도 있는 넓은 회전반경.
한 번에 유턴하기 위해서는 정확히 3개 차선이 필요했습니다. 아무래도 휠 베이스가 커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겠지요. 일상에서 불편할 수는 있겠습니다만 구매 여부를 결정지을 만큼의 단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까짓거 한두번 앞뒤로 왔다갔다 하면 되니까요. 좁은 빌딩 주차가 잦은 운용 환경인 경우에는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국민자동차'에 걸맞는 적절한 승차감
전시장에서 만났던 화이트 톤 실내의 풀옵션 차량이 보여주는 고급스러운 느낌과는 달리, 승차 경험은 '고급'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고급세단과 같은 안락함은 아니었어요. 자잘한 노면은 거르지 않고 위로 올려보냈지만 방지턱 처럼 커다란 요철은 부드럽게 처리를 해 주었습니다. 아반떼~소나타 정도의 승차감이 아닐까 연상 되더라고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반떼와 소나타가 ‘국민’자동차의 대명사인 만큼 '국민전기차'라고 생각하니 이 정도라면 적당해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요한 실내와 대조적으로 주행 중 하부에서 들려오는 소음이 컸는데요. 휠 하우스 방음 처리와 정숙한 타이어를 사용한다면 한결 나아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착된 타이어는 미쉐린 프라이머시 AS 였습니다.)
깔끔하고 실용적이며 넉넉한 실내
시트, 헤드레스트의 푹신함이 좋았습니다.
옵션이 거의 없는 기본사양 일텐데도 스티어링 휠을 거머쥐는 촉감이 좋습니다. 제네시스와 같이 타원형인데 두께는 적당하고 엄지그립도 괜찮습니다. 멋스러운 디컷 핸들이었는데 운전석 공간이 넓어 무릎이 닿지 않고 차량 성향이 스포티하지 않은데 굳이 디컷을 넣을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 싶네요.
시트의 부드러운 촉감도 좋았고 푹신한 헤드레스트도 만족스러웠습니다. 여유로운 실내 공간과 그에 걸맞는 넉넉한 수납 공간도 매력적이었죠. 사진은 못 남겼지만 센터 콘솔 부분에 굉장히 여유로운 수납 공간이 있답니다.
기능 레버의 조작감은 만족스러웠고, 메탈소재의 마감은 훌륭했습니다.
스티어링 휠 양 옆에 달린 방향지시등, 와이퍼와 기어 레버를 메탈 질감으로 마감한 게 칭찬하고 싶습니다. 아니,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수! 👏
변속 조작은 벤츠처럼 스티어링 휠에 붙어있지만 기어봉 자체를 움직이는 건 아니고 레버를 빙글~ 굴리는 타입인데 써본 차 중 가장 편리한 방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광활한 실내 공간은 이 자동차가 가족들과,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하기에 얼마나 적합한지를 충분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측정한 수치는 EQB와 비슷해보였고, 실제로 체감하는 여유로움도 비슷했는데요.
EQB는 뒷좌석 쿠션이 평평하고 등받이가 조금 서 있어, 승객이 앉아있는 걸 고려하면 아이오닉이 더욱 안락한 착좌감을 제공해주고 있었습니다.
EQB와 동일하게, 뒷좌석 시트를 앞뒤로 조정하여 상황에 따라 트렁크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점도 좋았습니다.
다양한 용도로 활용 가능한 트렁크
트렁크는 높이가 낮았지만 깊이와 너비는 충분히 길어, 짐을 넉넉하게 실을 수 있을 것으로 보였습니다.
하부가 들어올려지는데, 그럼에도 높이이를 많이 확보할 수는 없었어요. 아마 덮개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활용에 있어 다소 제한이 있겠지만, 사진과 같이 덮개를 떼어버린 상태라면 비교적 많은 짐을 실을 수 있습니다.
(뒷좌석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여 트렁크 공간을 좁게 만든 상태에서 측정하였습니다.)
29인치 캐리어(파란색) 와 18인치 캐리어(빨간색), 그리고 백팩을 실어보았습니다. 29인치 캐리어는 세로로는 실을 수 없었네요.
이 정도라면 어린이와 동행하거나, 캠핑이나 차박을 떠나는 상황에서도 테트리스를 잘 하면 적재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총평 - 가족과 함께 할 때 더욱 빛날 전기자동차.
이 자동차는 가족들과, 혹은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할 때 진가를 발휘하는 자동차입니다.
적절히 조용한 실내와 넉넉한 공간, 그리고 글라스루프와 2열 리클라이닝까지 다양한 목적과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걸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현대자동차가 꿈꾸던 전기자동차의 모습, 그리고 미래 자동차의 모습을 현재 가능한 수준에서 보여주고자 노력했고, 이걸 살펴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야외 나들이를 즐기는 가족이라면 V2L을 활용하여 다양한 용도로 운용이 가능해지겠지요. 자동차 본연의 기능에 있어 팔방미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운전에 재미가 있는 차량은 아닙니다. 운전하는 동안 '설렘'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이른 아침 졸린 눈을 비비며 로코갤러리로 떠나고 싶은 자동차는 아닙니다. 나 홀로 드라이브를 떠나고 싶게 만드는 매력은 느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 영역은 EV6 GT와 아이오닉5N이 채워줄 테니까요.
해외에서 잇따라 호평을 받고 있는 아이오닉5, 강렬한 개성으로 뇌리에 깊게 남기지는 못 하지만 어느 하나 부족한 것 없는 자동차. 현대자동차의 본격적인 전기차 시장 개척은 이렇게 '국민 전기차'를 출시하는 것으로 시작되었습니다.
Again P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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