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0. 7. 14:43ㆍ아이와 함께하는 자동차 리뷰
운전 ≠ 노동, 운전 = 즐거움!
미니 코리아로부터 미니 일렉트릭(MINI Electric SE) 을 며칠 간 운용해볼 수 있는 감사한 기회를 얻었습니다.
이벤트 응모 주제는 '고카트 필링의 미니와 함께 찾아가고 싶은 서울의 명소를 댓글로 남기는' 것이었는데요.
전 역시 미니라면 핸들링이지! 라는 생각으로 북악스카이웨이를 다녀와보고 싶다고 작성했었습니다.
하지만 비가 많이 오기도 하고 운전자는 즐거울지언정 북악스카이웨이에서는 사진을 남길 포인트가 마땅치 않은 듯 하여, 대신 가회동과 북촌 한옥마을을 둘러보는 것으로 노선을 변경하였습니다.
그 외에도 아이와 함께 세 가족이 고속도로를 타고 장거리 주행을 경험해보기도 했습니다.
하루 늘어난 연휴 덕분에 다양한 환경에서 다양한 조건으로 미니 일렉트릭을 사용해볼 수 있었던 것이지요.
사실 미니 일렉트릭은 올해 봄 시승행사에서 잠시 타 본 적이 있었고, 그 경험을 포스팅한 적이 있었습니다.
2022.04.24 - [아이와 함께하는 자동차 리뷰] - [사용기] MINI Electric (미니 일렉트릭) SE
1~2시간 가량의 시승행사는 미니에서 내놓은 전기차란 이런 것이다! 라고 짧고 굵은 메세지를 전달해주기에는 충분했는데요. 아무래도 실생활 경험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서 이 부분에 대해 자세하게 이야기할 수는 없었습니다만,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었으니 이제는 조금 더 자세하게 이야기를 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미니에서 내놓은 전기차란?
제 비루한 경험으로 비추어보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손쉬운 '변경' 은 없었습니다. 별것도 아닐 것 같은 일도 고려해야할 일이나 변수가 우후죽순 생겨났고 후처리 해야 할 일도 뒤따르게 마련이었죠. 하물며 이런 커다랗고 예민한 기계덩어리가 엔진 → 모터 로 바뀌다니, 제가 공학도가 아니라 잘 모르기는 하지만 절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겁니다.
그렇지만 미니는 해냈습니다.
이 3도어 전기 미니는 원래 있던 '미니'에서 엔진만 빠지고 그 빈 자리를 고스란히 전기로 이식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운전 감각이 내연기관 미니와 아무런 차이가 없어요. 가볍고 날카로운 핸들링, 기분좋게 무거운 스티어링 감각, 누군가를 모시기엔 조심스러운 승차감까지. 모든 게 그대로입니다.
배터리가 추가되었으니 실내 공간에 변화가 생기지는 않았을까요?
그렇지 않았습니다. 실내 공간과 트렁크까지, 완전 그대로입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정말로 엔진 → 전기 로만 바뀐 것 뿐 입니다. 엔지니어들의 노고에 그저 찬사를 보냅니다.
미니 일렉트릭의 주행은 어떨까?
4일 간 아래와 같이 다양한 환경에서 미니 일렉트릭을 운전해보았습니다.
- 2시간 동안 꼴랑 19km 를 이동한, 속 터지는 도심운전
- 주말 이른아침의 여유로운 도심운전
- 평속 50km/h 정도의 교외 나들이
- 90km/h 국도 장거리 주행
- 100~110km/h 고속도로 장거리 주행
그 결과를 돌아보니 아래와 같이 정리해볼 수 있었습니다.
미니의 DNA를 고스란히 전기로 탈바꿈한 완벽한 자동차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운전 측면에서 볼 때 미니 일렉트릭은 완벽한 자동차입니다. 원래도 짧아서 날쌔고 가볍게 뛰쳐나가는 미니였지만, 여기에 전기 자동차 특유의 부드러움까지 더해졌죠.
사실 미니의 오로롱거리는 배기음과 진동, 엔진 소리가 없어져 심심한 부분도 있습니다. 이런 부분을 싫어하시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지난 EQB에 이어 4일 동안 전기 미니를 운용해보니 저는 '전기 뽕'을 세게 맞게 되었습니다.
첫째로는 시종일관 없다시피 한 소음과 내부 진동이 가장 인상적이었고요.
두 번째는 기어 변속이 없어 울컥거림이 사라진 점 입니다. 저는 아이와 함께 차를 타고 이동하는 경우가 많아 출발부터 주행, 정차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가급적 부드럽게 이어나가려고 신경을 많이 쓰는데요. 전기차에서 이 부분에 대한 해답을 찾았습니다.
미니가 누군가를 모시기 위한 차량이 아니기는 합니다만 ^^; 민첩함과 즐거움, 그리고 정숙함이 어우러진 자동차. 물과 기름처럼 어울리기 어려울 것 같은 아이러니한 조합을 도로위에서 맛 보는 순간, 바로 이거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차량을 받아들고 처음으로 주차장 밖으로 나가는 순간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연휴가 시작되는 금요일 오후 5시에 명동 한복판에서 출발하다니 생각만 해도 끔찍한데요. 스트레스로 가득찬 이런 도로위에서도 미니는 운전자에게 쌓여가는 온갖 불쾌함을 덜어내줍니다. 핸들을 쥐고 주행을 시작하면 그저 웃음이 납니다. 이는 길 가던 보행자에게 뽐내는 기분도 아니고 누구보다도 빠르게 달려나가는 짜릿함도 아닙니다. 그저 바삐 돌아가는 도심 속의 작은 자동차 한 대일 뿐인데 그 주인공이 내가 된 것 같습니다.
운전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요소는 각자 다르겠습니다만 미니는 운전이라는, 어쩌면 그저 노동 행위의 일환으로 스트레스가 쌓일 행위를 즐거움으로 탈바꿈해주는 마법같은 자동차 입니다.
운전이 고되고 노동처럼 느껴진다면 미니를 경험해보세요. 의외의 발견을 하실 지도 모릅니다.
'나 운전을 좋아했었구나?'
작은 차체에서 비롯된 배터리 용량의 한계
제가 생각하는 미니 일렉트릭의 유일한 단점은 적은 배터리 용량 입니다.
때문에 지금 토로하는 아쉬움은 미니 뿐만 아니라 넉넉치 못한 배터리를 지닌 모든 전기차에 해당하는 부분이죠. '자동차'라는 측면에서 볼 때 미니 일렉트릭에 아쉬운 점은 없습니다.
기분좋은 요즘 날씨(공조기 21~23도 AUTO)에 막히다가 달리다가 지지고 볶고 이래저래 하다보니 완충 상태에서 대략 200km 정도는 주행할 수 있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정도면 장거리를 이동할 때에도 중간중간 휴게소에 더 들르면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배터리 용량이 적기 때문에 15분 정도의 충전으로도 80% 까지 채워넣을 수 있죠. 혹은 목적지에 충전 시설이 있으니 가서 충전을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이 충전 계획이 차질없이 진행될 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내가 생각해두었던 그 휴게소에서, 혹은 목적지에 도착해서 충전을 할 수 있을거라는 보장이 없거든요. 때문에 '실제로 목적지까지 150km 갈 거니깐 주행에 문제 없다'고 생각하기는 어렵습니다. 계기판에는 남은 주행거리가 두 자릿수로 표시되는 걸 심심치않게 볼 수 있고 마음속에 어느정도 불안함과 압박이 존재했던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분명 목적지까지 부족하지 않을 걸 알면서도 괜시리 불안해지는 것이죠.
90km/h 의 국도 주행에서는 실제 주행거리가 잔여 주행거리보다 점점 길어졌는데요. 100-110km/h 의 고속도로에서 제한속도를 넘나드는 주행을 하니, 반대로 실제 주행거리가 잔여 주행거리보다 점점 짧아졌습니다. 이 또한 부담으로 작용하였기에 고속도로에서는 신나게 달리지 못하고 주행거리 보존을 위해 하위 차선에서 드라이빙 어시스턴트에 의존하였습니다.
운전의 즐거움이 가장 큰 장점인 자동차인데 주행거리를 신경쓰느라 마음놓고 달리지를 못 하니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배터리 부족한 거, 까짓거 충전 몇 번 더 하면 되지! 라고 생각했던 나 자신을 반성합니다. 교외로 종종 이동하게 된다면 주행거리가 350km 정도는 되어야 고속도로에서도 안심하고 운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더욱 세련된 주행
어떻게 해도 멈춘듯 아닌듯 하게 깔끔한 제동을 할 수 없었던 기존의 미니들과는 달리, 회생제동을 통해 이게 가능해졌습니다. 완전 정차까지는 아니지만 회생제동으로 1-2km/h 까지 속도가 줄어들면 살포시 브레이크에 발을 '얹기만'하면 되죠.
(사실 이 역시 전기자동차라면 어느정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속성이기도 합니다. ^^;)
기존의 내연기관 차량을 운용할 때 주행 방법이 아래와 같이 4단계 였다고 하면,
1.가속on
2.가속on(얇게 밟아서 정속 유지)
3.가속페달을 놓음(타력주행, 서서히 감속)
4.브레이크on(감속,정차)
미니 일렉트릭을 주행할 때엔 아래와 같이 5단계로 나눌 수 있겠습니다.
1.가속on
2.가속on(적당히 밟아서 정속 유지)
3.가속on(얇게 밟아서 서서히 감속) ← 내연기관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부분
4.가속페달을 놓음(감속)
5.브레이크on(완전 정차)
응용할 수 있는 주행 단계가 더욱 세분화된 만큼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전을 하는 재미가 있었고, 결과적으로 출발-주행-정차에 이르는 과정을 매우 부드럽게 컨트롤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고속도로에서 합류를 마친 뒤 본 차선에 오르기 위해 엑셀을 조금 깊게 밟아보았습니다. 저속에서의 가속력은 다른 전기차들과 같이, 폭발적입니다. 굳이 풀악셀까지 안 해도 순식간에 100km/h에 도달하게 됩니다. 잔여 주행거리를 의식한다면 제한속도 이상의 영역은 별로 달릴 일이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달리는 맛은 이만하면 충분합니다. 정말로 미니스럽습니다.
미니 일렉트릭의 내부 공간
보통 내연기관 플랫폼을 기반으로 출시된 전기차는 배터리가 들어갈 자리를 만들기 위해 실내 공간이나 트렁크에서 크고작은 손해를 보게 됩니다. 2열이 위로 많이 올라온 eG80이나, 530e의 작아진 트렁크 등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죠. 하지만 앞서 말씀드렸듯이 미니 일렉트릭은 기존 3도어 차량과 비교했을 때 실내 공간과 트렁크에 차이가 전혀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미니는 안락한 이동수단은 아니지만, 엄연히 4개의 시트가 존재하는 만큼 여러 사람이 탈 수 있는 자동차 입니다. 1열을 접고 2열에 들어가는 것은 살짝 고될 수 있지만 의외로 2열은 착좌감이 좋은 편이고 편평한 지붕 덕분에 헤드룸도 넉넉하여 생각보다는 좁다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이번 시승기간 중 대부분은 뒷자리에 카시트를 설치하여 아이와 함께 하였습니다. 2019년, 3도어 해치를 운용할 때에는 공간 확보를 위해 가장 얇으면서도 안전한 카시트를 찾다가 IMMI Go 를 직구 했었는데요. 3년이 지나고 아이가 6살이 된 지금은 아무리 슬림한 카시트에 조수석을 맨 앞으로 당겨도 뒷자리의 발길질을 피할 도리가 없군요. ^^;
어쩔 수 없는 2열은 차치하고, 1열은 쾌적하다고 느껴집니다. 스티어링과 페달의 위치도 적절하고 곧게 서 있는 A필러 덕분에 탁 트인 전방 시야는 작은 차체속에 들어앉아 있음에도 답답하지 않게 해 줍니다.
승차감은 G바디 3시리즈 M sport pkg의 그것과 비슷하다고 느껴졌습니다. 뒤에 누군가 타고있다면 아무래도 의식하며 운전을 하게되는 승차감이죠. 세간에 알려진 미니의 명성(?)에 비하면 오히려 이건 후한 평가가 되려나요? 하지만 운전자만 고려한다면 훌륭한 셋팅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G21 320d touring 에서 느꼈던 즐거움이 고스란히 되살아났습니다.
미니 일렉트릭은 누구에게 추천할 수 있을까?
- 이쁘고 귀여운 미니, 한 번 타보고싶은데 나쁘지 않은 충전 환경을 가지고 계신 분.
- 나 혼자, 이따금 둘이 타면서도 운전을 즐겁게 하고 싶은 분.
- 꾸미는 걸 좋아하시는 분.
- 운전 = 힘들고 고된 노동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분.
- 반복되는 삶이 재미가 없고 새로운 것이 없어 무료함을 느끼시는 분.
- BMW 자동차의 맛이 어떤것인지 궁금하신 분.
이런 분들께 미니 일렉트릭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구매 까지는 아니더라도, 한 번 경험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특히 더 이상 새로운 것 없이 일상이 지루하다고 느껴지는 분 께서 미니를 만나보게 된다면 삶에서 흥미로운 것 하나가 더 생길 수도 있을 지 모르겠다고 생각합니다.
'미니' 라고 하면 떠올리는 잔고장과 잡소리는 본격적으로 BMW의 향이 가미된 3세대 F바디로 들어오면서부터는 확연하게 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주행을 하게되면 차량이 단단하게 조여져있다는 느낌을 단박에 받을 수 있습니다. 차가 가속되는 느낌과 요철을 지날 때, 굽이진 도로를 따라 핸들을 돌릴 때. 모든 순간에서 영락없이 크기가 작은 BMW라는 걸 눈치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미니가 작고 귀엽고 이쁘게 생긴 자동차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겠죠.
저는 비록 패밀리카로 운용해본 경험이 있지만, 그렇다고 다른 분들께도 똑같이 권장해드리기는 어렵겠습니다.
다만 삶의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차량임은 분명합니다. 퇴근 후 혹은 이번 주말 어디갈까? 운전을 싫어하는 분들도 미니와 만나게 된다면 이런 생각을 하며 새로운 명소를 찾아다니거나 기록으로 남기는 취미를 얻으시게 될 지도 모를 일이지요.
제가 생각하는 미니는 이런 자동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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