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기] 미니 컨트리맨S (F60 MINI Countryman S)

2022. 5. 30. 22:16아이와 함께하는 자동차 리뷰

오늘의 주인공은 미니 컨트리맨 입니다.
미니에서 만든 유일한 SUV죠.



사실 전 SUV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위 아래로 껑충한 외모는 어딘가 비율이 이상하게 느껴져서 외적인 매력을 느끼지 못했거든요. 외모지상주의입니다. 하하
아, 요즘 유행하는 쿠페형 SUV는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어찌 그리 이쁘게들 뽑아내는지. :D



컨트리맨은 미니 특유의 패밀리 룩에서 살짝 벗어난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대표적으로 다른 미니 식구들과는 달리 눈이 동그랗지 않고 네모난 형상을 띠고 있죠.
SUV답게 루프박스 등을 장착할 수 있도록 캐리어 가로바도 기본적으로 달려있습니다.



솔직히 컨트리맨은 제 취향의 외모는 아닙니다.
하지만 사실 외모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정답이 없지요. 저마다의 선호하는 모습이 다르니까요.
제가 느꼈던 아쉬움과는 반대로,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귀엽고 통통한 SUV라고 사랑받고 있겠지요.
실제로 도로 위에서 쉽사리 만날 수 있는 컨트리맨을 떠올려보면 제 취향이 오히려 마이너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컨트리맨을 사용해본 결과, 이러쿵저러쿵 외모가 어쩌구 했던 건 모두 컨트리맨을 사용해보지 않은 상태에서 가지게 된 편견이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컨트리맨s 사용기, 시작합니다.

 

가장 고급스러운 MINI



제가 사용해본 모델은 컨트리맨s 입니다.
컨버터블s와 동일한 체스터 가죽 시트가 적용되어있습니다. (아가일 패턴의 브라운 시트)
또한 실내를 메우고있는 블랙과 브라운 구성은 고급스러운 느낌을 선사합니다.
센터페시아에서 시작해서 도어트림을 거쳐 뒷좌석으로 이어지는 인테리어.
깔끔하고 멋스럽습니다. 미니라는 뱃지를 떼고 봐도요.



1열은 운전석과 조수석 모두 전동(+메모리)시트가 채용되어있습니다.
전동 럼버서포트(요추지지대)도 달려있죠.
전동에 메모리시트가 있는 차를 타다니.. 너무 기쁩니다.

2개의 시트 포지션을 저장할 수 있습니다.



나름 SUV인지라 MINI중에서는 그래도 전고(Height)가 높습니다.
덕분에 1열 시트를 최대한 내려도 뒷자리 승객은 발을 편하게 놓을 수 있죠.
하지만 그래도 MINI인지라 본격적인 SUV처럼 높은 시트포지션은 아닙니다.
제가 운용중인 소형 SUV(QM3)보다 낮거나 비슷한 것 같아요.

두툼한 안전벨트 클립도 다른 MINI차량에선 볼 수 없는 부분입니다.



한편 JCW트림에서는 가죽 & 브라운 자리를 블랙 & 스웨이드가 대신하고 있는데요.
스웨이드와 빨간 스티치는 스포티한 느낌을 강조해주기는 합니다만, 개인적으로는 브라운이 더 고급스럽게 느껴지며
탑승객의 만족도 또한 이쪽이 높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사용된 실내 소재는 다른 MINI family들과 동일합니다.
가죽이 사용되지는 않았지만, 보드랍고 말랑말랑한 것이 이정도면 흡족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마침 현대 모터 스튜디오에 갈 일이 있어서 아반떼N에 앉아 인테리어 소재를 살펴보았는데요.
아반떼가 인테리어 업그레이드 옵션이 따로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분명하게 급차이가 납니다.
(가격 차이를 생각하면.. 차이가 없으면 안되겠죠. ^^)

저렴해보이지만 실제로 만져보면 의외의 모습을 보여주는 MINI의 실내 입니다.
2열 송풍구도 제공됩니다. 아래에는 2개의 USB-C 타입 단자도 있습니다.



2열은 리클라이닝이 됩니다. 덕분에 뒷자리 승객이 더욱 안락하게 탑승할 수 있습니다.
아이오닉5의 리클라이닝과 비전 루프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2열 승객을 위한 썬루프가 있어서 시트에 등을 기대고 하늘을 구경할 수 있죠.
SUV답게 차고가 높아 머리공간도 여유롭고 다리가 놓일 공간도 널널합니다.
컨트리맨이 가족용 자동차로 좋다고 느낀 부분 중 하나입니다.

이번에는 카시트를 2열 가운데에 장착해봤습니다.
편하게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도록요.



"패밀리카는 이거면 되겠다."

 

시동을 걸면 배기음이 꽤나 우렁차게 들려옵니다. RPM이 크게 움직이면서 발생하는 소리가 실내로도 고스란히 전해지면서 운전자를 자극시킵니다.
마치 3도어 JCW의 start-up과 유사한 느낌입니다.
(컨트리맨s는 촬영한 배기음 영상이 날라갔습니다. 흑..)



엔진은 BMW 20i 의 B48(B46)엔진이 달려있습니다.
엑셀을 밟음과 동시에 엔진 소음과 회전질감이 운전자에게 고스란히 전달됩니다.
실내 거주를 방해하지는 않지만 존재감은 확실하게 드러내는 수준으로요.
G20 320i를 잠시 시승했을 땐 이런 느낌은 없었는데 말이죠. 일부러 스포티한 느낌을 주고자 한 것인지, 제가 잘못 기억하고 있는건지 모르겠습니다만 주차장을 나서는 순간부터 아주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소리는 들려오지만 진동은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운전 중 딴생각을 하고 있으면 알아차리지 못할 수준의 진동입니다.
이게 내가 알던 미니가 아닌데.. 핸들에 손을 올려도 덜덜거리질 않으니 어색합니다.



192마력의 엔진은 부족함 없이 달려줍니다.
가속력은 3-Door 해치 일반 버전(1.5T)과 비슷하게 느껴집니다.
넘쳐흐른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전혀 부족함이 없는 출력.
2.0NA 국산 중형세단만 몰아봤던 사람이라면 놀랄만한 그런 가속력입니다.



나파 가죽으로 뒤덮힌 스티어링 조작은 부드러우면서도 안정감을 줍니다.
하지만 핸들링은 다른 MINI와는 조금 다릅니다. 아무래도 차체가 커져서 그런 걸까요?
안정적이고 신뢰감을 주지만 3-Door 해치와 같이 날렵하지는 않습니다.
뒤에 탄 가족들을 의식해서 차선을 너무 천천히 바꿨기 때문일까 싶어 조금 더 빨리 차선을 변경해보았습니다만,
저보다 예민한 아내가 먼저 알아챘습니다. 확실히 무딘 것 같다고.

컨트리맨이 둔감한 건 아닙니다. 오히려 빠릿빠릿한 편 이죠. 3-Door가 그보다 더 재빨랐을 뿐입니다.
가족들을 위해서 여행을 떠난다면 날렵하게 달려주는 자동차 보다는 안락한 크루즈가 필요합니다.
엔진음과 회전질감, 적당한 펀치력으로 운전자를 즐겁게 하면서도 뒤에 탄 가족들을 편안하게 모실 수 있는 자동차.
컨트리맨은 이 두 가지를 모두 잘 갖추고 있었습니다.



사실 컨트리맨으로 주행하면서 가장 놀랐던 건 승차감 이었습니다.
방지턱이나 요철을 지날 때의 클럽맨의 승차감이 3-Door 에 비해 편안하다는 느낌을 받았었는데요.
컨트리맨은 여기에 편안함이 더해졌습니다.
방지턱을 올라설 땐 둔탁한가? 싶다가도 마무리는 부드럽습니다. 출렁거리지 않고 말이죠.
일부러 맨홀뚜겅을 밟아보았는데 역시 불쾌하지 않게 통과합니다.
의도적인 급 차선변경이나 과격한 주행은 안 해봤습니다만, 휘청거림이나 뒤뚱거리는 느낌도 없었지요.

"패밀리카는 이거면 되겠다."

그 동안 여러대의 자동차를 타 보았지만, 아내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온 건 처음이었습니다.
부담스럽게 크지 않은 차체. 하지만 부족하지 않은 실내공간. 부드러운 주행과 2열의 안락함.
컨트리맨S는 우리가 찾던 패밀리카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가족과 함께 떠나고픈 마음이 드는 공간

홈페이지나 인터넷에 공개된 전장/전폭/차고 이런 수치가 크게 와닿지 않으시지요?
쉽게 KIA 니로와 거의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MINI의 SUV답죠?

니로의 실내 공간을 경험해보지는 못 했습니다만, 일단 MINI 에서 출시한 다른 자동차들보다 확연히 여유로운 실내 공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클럽맨과 비교했을 때 수치상으로는 차이가 별로 없는 듯 하지만, 전고(height)가 높기 때문에 훨씬 여유롭게 느껴집니다.
1열 의자 밑 공간이 아주 여유로워서 발을 부담없이 놓을 수 있던 부분도 한 몫 하구요.


2열은 4:2:4 분할 시트로, 각각의 좌석을 개별적으로 접을 수 있습니다.
물론 3개의 탑 테더를 보유하고 있고요.



트렁크는 시중의 소형 SUV정도인 것 같습니다. 물론 다른 MINI family 에 비해서는 감동적일 정도로 넓습니다.
별다른 활동이 없는 저희 3인 가족에게는 충분하지만 아웃도어를 즐기는 가족이라면 부족할거예요.
하지만 그런 가족이라면 애초에 패밀리카로 MINI를 염두에 두진 않을 것 같습니다.

빨간 색은 18인치 캐리어 입니다.
추가로 27인치 대형 캐리어도 눕혀서 넣을 수 있습니다.


트렁크 하단을 들어올리면 숨어있는 공간이 나오는데요.
2열을 세우고 숨은 공간을 추가로 활용하면 더 많은 짐을 적재할 수 있습니다.

하판을 들면 나타나는 숨은 공간.
27인치 캐리어를 눕혔을 때 이 정도로 적재됩니다. 2열은 세우지 않은 상태.



컨트리맨은 2열 천장에 안전벨트가 달려있습니다. 특이하죠?
2열 시트가 모두 독립형이기 때문에, 가운뎃 자리에 앉는 승객을 위한 안전벨트가 천장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천정에 달려있는 안전벨트 클립



카시트를 자주 탈착하는 아빠로서, ISOFIX 고리가 돌출되어있는 건 참 감사한 일입니다.
시트 깊숙한 곳에 숨어있는 걸 더듬어서 찾으려면 얼마나 곤혹스러운지요.

편리한 ISOFIX 고리. 오른쪽 옆 끈을 잡아당기면 리클라이닝이 됩니다.
탑승 시 헤드레스트를 올리도록 안내되어 있습니다. 친절하죠?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컴팩트 SUV

컨트리맨은 지금 껏 우리가족이 만났던 가장 자동차 중 가장 이상적인 패밀리카 입니다.
SUV로 분류되지만 실제 크기는 본격 SUV들 만큼 높거나 크지 않고, 실내는 편안합니다.
BMW의 4기통 엔진이 주는 즐거움은 운전자도 만족시켜주지요.



이 차는 다른 MINI family 와는 사뭇 느낌이 다릅니다. MINI 특유의 날쌤이 희미해졌기 때문인데요.
때문에 "MINI에서 만든 SUV가 아닌, 하나의 잘 만들어진 5000만원 짜리 SUV들 중 하나" 라는 인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간 MINI 에서 느꼈던 아쉬움들이 해소되자, 정작 MINI 스럽지 않게 되어버린 것이죠.
BMW X1 xDrive 20i 가 있다면, 컨트리맨s와 다른점을 찾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는 이 차의 단점이 아닙니다. MINI가 가진 색깔이 너무나 독특했던 것이지요.
컨트리맨은 군더더기 없이 잘 만들어진 자동차입니다.
현대/기아자동차가 너무나 저렴한 가격에 상품성이 좋은 차량들을 출시하니 불리한 부분이 많은 건 사실입니다만,
BMW 의 엔진과 파워트레인, 그리고 MINI의 조립 품질과 감성은 큰 장점입니다.

기존에 MINI를 타시다가 패밀리카를 찾아보시려는 분들께는 컨트리맨은 정말 좋은 선택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니로 정도 사이즈에 두루두루 즐겁게 운용할 1대의 패밀리카를 찾는 분들께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낮에 아내와 함께 산책을 하는데 세이지 그린 색상의 컨트리맨S가 한 대 보이더라구요.
따끈따끈한 세자리 번호판.
차량은 이미 반납했지만, 보들보들한 나파가죽의 감촉과 그르렁 거리던 엔진 소리가 다시금 떠오릅니다.

불현듯 가족들과 함께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드는 자동차.
저희 가족은 실제로 그렇게 석양 드라이브를 떠났습니다. 사용 시간은 짧았지만 컨트리맨과 함께 했던 기억은 오래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본 시승기는 MINI 계양 전시장의 시승 차량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계양 전시장에 오셔서 스타벅스 커피와 함께 여유로운 마음으로 MINI를 둘러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