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기] 폭스바겐 더 뉴 제타 (Volkswagen The New JETTA)

2023. 2. 11. 23:41아이와 함께하는 자동차 리뷰

 

'자동차'로서의 필요 조건을 정직하게 갖춘 자동차

 

 

폭스바겐. 도요타와 더불어 지구상에서 가장 유명한 자동차 회사 중 하나가 아닐까요?

 

독일인들의 발이 되어주는 No.1 대중자동차. 

해치백의 교과서라고 불리우는 '골프(GOLF)'라는 자동차를 탄생시킨 회사. 

도요타와 렉서스, 현대와 제네시스처럼 아우디라는 럭셔리 브랜드의 모태가 되는 회사. 

 

 

 

 

뭐든지 빈틈없이 만들어내는 독일 사람들의 이미지가 가장 잘 묻어난 물건이 독일산 자동차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배기가스 시험에 치팅을 쓰는 바람에 '디젤게이트'라는 수식어가 붙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지만 '자동차라는 물건'을 만들어내는 그간의 노하우는 분명하니까요.

 

전 폭스바겐의 자동차를 운전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드물게 지인 차량의 뒷자리에 앉아봤던 경험이 전부지요. 그렇기에 독일사람들의 발이 되어주는 '독일산 현대자동차'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무척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제 마음이 읽히기라도 한 것인지, 감사하게도 제게 기회가 닿았습니다. 

 

 

외모

 

날카로운 선과 예리한 외모의 현행 아반떼에 비하면 제타는 비교적 평범한 모습의 세단입니다.

제타와 함께하며 아반떼가 많이 떠올랐습니다. 크기도 느낌도, 우리나라에서의 포지션을 떠올려봐도 모두 아반떼가 연상이 되더라구요.

올 뉴 아반떼 (코드네임: CN7).  출처: 네이버 포스트 클린렌트카
더 뉴 제타.

 

제타는 2015년 처음 선보였던 아반떼 AD와 비슷한 인상과 실루엣을 가지고 있는 듯 하네요. 개인적으로는 선이 많이 들어간 아반떼 보다는 좀 단정한 느낌의 제타가 좀 더 취향에 가까웠습니다. 

 

 

 

 

다른 폭스바겐 차량들이 보여주었던 익숙한 모습 이지요. 정직한 외모라고 하면 말이 이상할까요? 

색연필을 집어든 어린아이에게 한 번 자동차를 그려보라고 하면 바로 그려낼 것 같은 그런 모습입니다. 

 

 

 

 

평범해보이는 테일램프는 점등되었을 때 비로소 그 매력을 발휘합니다. 

조명 장인 아우디의 터치가 살짝 닿은 듯 했습니다.

A6의 그것이 떠오르더라구요. 

 

 

 

 

본넷으로부터 트렁크로 이어지는 라인과 창문 디자인은 '자가용' 제타의 옆태를 예쁘장하게 완성시켰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보면 '꼬마 A6'같지 않나요?

 

 

실내

 

운전석과 조수석을 포함한 1열 실내는 전반적으로 폭스바겐 아우디의 향기가 짙게 묻어있다고 느꼈습니다

스티어링은 살짝 얇은 듯 했지만 가볍게 감아쥐기 좋았어요.

차량을 시승하던 날이 -10도로 매우 추울 때라 그런지 뜨끈뜨끈한 스티어링 열선이 매우 감사했었죠. 지금도 그 온기가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전반적으로 1열 인테리어는 신경을 많이 썼다고 생각됩니다.

저렴해보이는 딱딱한 플라스틱도 찾아 보기 어려웠지요. 

 

 

 

 

중앙의 에어컨 송풍구 모습이 다소 투박하다는 인상을 받았지만 조작은 편리했습니다.

딱 봐도 너무나 익숙한 버튼들이죠? 

 

 

 

 

기어봉 앞의 빈 공간에 휴대폰 무선 충전이 가능합니다. 끈적끈적한 고무라 미끌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올려둘 수 있었어요. 이와 동시에 무선 카플레이를 지원하는 것도 매력적인 부분입니다. 전 시동을 걸자마자 카플레이를 통해 듣던 음악이 자연스레 재생되는 게 너무 기분이 좋더라구요. ^^

 

usb-c 타입 단자도 2개 제공되었습니다. 요즘 자동차에서는 이제 a타입은 찾아보기가 어려워지고 있네요. 카플레이를 연결할 생각으로 케이블을 챙겨갔는데 활용을 못 했습니다. 무선 카플레이가 안됐더라면 내비를 못 봤을거예요. 

 

 

 

 

컵홀더 옆의 작은 공간에는 지갑이나 카드 등을 비스듬하게 세워둘 수 있었습니다. 이 부분은 활용도가 아주 높아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콘솔 박스도 깊숙해서 다양한 수납이 가능해보였고요. 

 

헤드라이트와 후미등 조작은 핸들 좌측에 장착된 별도의 레버로 조작할 수 있습니다. BMW를 비롯한 독일 차들이 이런 방식이었는데요. 대부분의 상황에서 AUTO로 놓으면 더 이상 조작할 일이 없으니 굳이 스티어링 컬럼(핸들 지지대)에 붙어있을 필요가 없지 않을까? 싶어요. 

 

 

 

 

2열 인테리어는 1열과 비교했을 때 분명 소홀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곳에 딱딱한 플라스틱이 사용되었고, 시트 열선 옵션은 제공되었지만 송풍구가 없는 아쉬움도 동반되었지요. 

 

 

유용해보였던 걸이.
왼쪽 팔꿈치가 튀어나온 부분에 자연스럽게 얹혀집니다.

 

 

반면 B필러(운전석/조수석 옆 기둥)의 다용도 고리와 팔꿈치까지 이어지는 팔걸이는 탑승객을 세심하게 고려했다는 인상을 주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2열 탑승 시 팔꿈치를 팔걸이 위에 얹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복잡할 것 없이 간단하지만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어릴 적 사용하던 카시트의 isofix 체결이 매우 불편했던 기억이 있어, 수입 차량들의 돌출형 isofix 고리는 참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isofix 고리는 체결하기 쉽게 돌출되어있었고, 탑 테더는 총 3개까지 있어 가운뎃자리에도 카시트를 설치할 수 있어보였습니다. 

 

 

트렁크 활용

 

아담한 외모와는 달리 깊고 넓은 트렁크 공간의 모습은  놀라웠습니다. 

2열을 접어 더 많은 짐을 적재할 수도 있게 되어있었죠. 

 

 

넉넉한 수납 공간을 자랑하였습니다.

 

 

소형차로 아이를 낳아 키우고, 현재도 소형 SUV를 운영하다보니 이 정도 트렁크 크기만 되어도 무척 황홀합니다. 

가장 짐이 많을 갓난아기 때, 어디론가 여행을 떠난다고 생각해본다면 무리없이 실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운전과 주행

 

날씨정보를 확인해보니, 제타와 함께하는 동안 영하 10도의 매우 추운 날씨가 지속될거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제공된 차량에 금호 윈터크래프트가 장착되어있더군요. 차량관리팀 담당자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달해드리고 싶습니다.  

 

몇 대의 자동차를 타보았지만 윈터 타이어가 장착된 차량은 처음이었습니다. 제타의 성격으로 볼 때, 출고 타이어가 썸머(봄-여름-가을 3계절을 위한) 스포츠 타이어는 아닐것이고 기본적으로 무난한 올시즌(All-season)일텐데 굳이 윈터로 변경해주셨다는 건 굉장히 세심하게 신경을 써 주신 게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추운 날씨에, 특히 눈 내린 겨울에 더욱 빛나는 타이어.

 

 

7세대 골프(GOLF) 1.4 TSI가 호평을 받던 모습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에 한 층 강화된 1.5 TSI 엔진을 달고 나타난 골프의 세단버전이라고 생각을 하며 큰 기대를 했었습니다. 공개된 성능을 보면 1.6T GDI 엔진이 달린 K3 GT나 (이제는 단종 되어버린) 아반떼 N라인과 비교했을 때 살짝 낮은 출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네요.

 

주행해보니 미니 3도어 해치와 비슷한 느낌의 출력 이었습니다. (국산차에서는 어느 차량이 유사할지 잘 모르겠네요..)

공도에서 제한속도 이내로 주행하는 일상 생활에서 힘이 부족하다고 느낄 일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고속도로에서도 모자람 없이 가속되었어요. 

 

 

 

 

달리기 성향을 보면 제타는 분명히 안락함에 초점을 맞춘 패밀리카 입니다.

엑셀 전개에 따른 엔진 반응이 민감하지 않았고, 의도대로 움직여주기에 부족함 없는 출력임에도 운전자에게 자극을 주지는 않습니다. 

 

주행 모드를 에코-노멀-스포츠로 변경할 수 있었고, 이에 따라 계기판의 디자인이 소소하게 변했습니다.

 

주행 모드 변경에 따라 차량이 다이나믹하게 변하지 않는 점은 조금 아쉬웠습니다. 스포츠 모드로 두면 ABT(폭스바겐-아우디의 튜닝 업체)의 페달 튠 처럼 민감한 엑셀 반응을 보여주진 않을까 싶었지만 그렇지 않았고 실내로 유입되는 엔진음 또한 변화를 느끼지 못 했어요. 엑셀 off시 RPM을 천천히 내리려는 것 처럼 보이기는 했지만 몸이 흔들릴 정도의 엔진브레이크는 걸지 않았고, 주행 시에도 고 RPM을 유지하려 들지는 않았습니다. 

 

 

 

 

컴팩트한 차체 덕분인지 차량의 움직임이 가볍게 느껴집니다. 

그렇다고 불안하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고속도로를 주행해보니 실제 속도가 체감 속도보다 빠르게 느껴졌습니다.

이 자동차는 그만큼 안정적으로 만들어졌나봐요. 

 

 

 

 

단단하면서 안심을 주는 자동차. 하지만 빠릿함 보다는 여유로움을 지향하는 자동차. 핸들링에서도 이 부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주행에서도 '정직'하다는 표현을 붙이기에 적합하다고 생각되었지요. 

 

오해하실까봐 말씀드리자면 자동차의 성격이 그렇다는 것이지, 차가 별로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자동차란 무엇인가에 대해 가만 생각해보면 이 차는 딱히 흠잡을 데가 없습니다.

가격을 생각해보면 더 그렇습니다. 아반떼 하이브리드 풀옵션과 비교하면 정가 기준으로 몇 백만원 차이가 나네요.

이번 더 뉴 제타는 옵션도 풍부하게 들어와서 아반떼 풀옵션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시원한 통풍시트도 장착돼있죠! (폭스바겐이 드디어 한국시장을 이해했구나!) 원격시동과 오토홀드의 부재는 조금 아쉬웠지만요. 

 

 

 

 

이 자동차에서 또 인상깊었던 것 중 하나는 바로 승차감 이었습니다.

2열이 토션빔(자동차를 지탱하는 서스펜션 방식 중 하나. 주로 저렴한 차량에 장착돼있으며 양쪽 바퀴가 이어져있어 특히 기우뚱 거리는 상황에서 불리함) 인 것 같은데, 방지턱은 아주 부드럽게 넘어가주었고 노면의 자잘한 요철도 부드럽게 처리해주었습니다. 

역시 자동차는 직접 타보며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낍니다. 

 

 

맺음말

 

더 뉴 제타는 군더더기가 없는 자동차입니다.

이 자동차는 두고두고 기억에 날 만큼 특별한 요소는 없지만 '자동차'로서 모자란 부분이 없습니다. 쉽게 질리는 분 이시라면 신중하게 생각하셔야 할 것 같아요. 이 자동차를 구입하시고 난 후 변덕이 생겨 기변(다른 자동차로 변경)을 하고싶어지더라도 가족들을 설득할 핑계 거리를 찾기 쉽지 않을 테니까요. 😂

 

 

 

 

아빠를 꼬부랑길로 인도하는 차는 아니예요. 하지만 머릿속으로 떠올려보고 있노라면 왜인지 가족 생각이 나면서 흐뭇해지네요. 자동차와 함께 가족들과 동행하는 모습을 상상해봅니다. 마트에 장을 보러 가거나 아이들과 함께 근처 나들이를 나가는 모습. 아늑하면서도 편안하게 우리를 데려다주는 소중한 자동차. 

 

'자동차' 본연의 필요조건을 갖춘 자동차를 찾는다면 제타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공개된 덕분에, 특히 아반떼 N라인이 단종된 지금 시점에 그 빈자리를 고스란히 채워줄 수 있을 좋은 선택지입니다.  

 

* 이 시승기는 폭스바겐 코리아로부터 차량을 제공 받아, 제 경험을 토대로 주관적인 느낌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