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4. 10. 15:29ㆍ아이와 함께하는 자동차 리뷰
미니 3도어를 뒤로하고 우리 가족이 맞이한 차량은 르노삼성의 QM3 입니다.
1.5리터 디젤 모델이죠.
사실 QM3는 미니랑 만나기 전부터 관심이 있었어요.
동글동글한 외모와 톡톡 튀는 컬러가 너무 이뻐보였거든요.
저는 약 2년 간, 매일 아이와 함께 차량으로 출퇴근을 했었는데요.
길이 막히는 걸 피하기 위해 남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전에 출발을 했어요.
덕분에 아들은 항상 도착할 때 까지 자고 있었고, 저는 그런 아들을 안은 채 허리를 구겨가며 차량 뒷자리에 앉혔죠.
10키로가 넘는 아이를 안고 미니 3도어 뒷자리에 꾸역꾸역 밀어넣다니, 보통은 손사래 칠 일이죠.
그럼에도 저는 그럭저럭 할 만 했습니다만 아내는 그렇지 않았나봐요.
이런 번거로움을 시작으로 불편함이 계속계속 쌓이다보니 결국 미니와는 작별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돌아보면 미니와 함께하는 시간 동안 허리를 다치지 않은 것에 감사합니다.)
그렇게 미니를 뒤로하기로 마음먹고 나니, 다음 차량을 물색해야 했습니다. 결국 차 1대는 있어야 하니까요.
아내의 조건 No.1은 '문 4짝' 이었습니다. 아무래도 내가 원하는 차량과 현실적인 불편함 사이의 괴리는 극복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사실 억지로 불편함을 감내하면서 우리네 삶을 이어갈 필요는 없긴 하죠.
사실 처음부터 QM3를 생각한 건 아니었어요.
새 차를 사자고 맘먹고, 예산을 어느정도 정하고 나니 2017년 첫 출시부터 눈여겨왔던 V60CC로 자연스레 눈이 가게 되었습니다.
눈이 맞은 즉시 전시장으로 가서 인디오더로 계약을 했죠. (블론드 실내는 포기할 수 없었어요. 하하)
하지만 기약없는 기다림이 예상되는 가운데 아내가 중도 포기 선언을 하고 맙니다. (미니가 정말 힘들었나봐요. ㅠ)
그리고 V60CC 의 경쟁차량으로 봐두었던 M340i 투어링을 계약했습니다.
두 차량은 절묘하게 장단점이 나뉘었어요. 보다 멋스럽고 편안한 왜건명가의 패밀리카 vs 패밀리카의 탈을 쓴 본격 아빠차!
가족을 생각하면 V60CC가 적합하지만, BMW의 직렬 6기통이 곧 내 소유가 된다고 생각하면 자다가도 눈이 떠졌죠.
하지만 계약을 하고 나니 끊임없이 의문이 들기 시작했어요. 정말 이 차를 사는게 맞는걸까.
마음은 그야말로 내연기관 시대의 마지막에 더할나위없이 적절한 '자동차'다! 라고 외치고 있었고,
머리는 통장 잔고와 남은 대출금을 가리키고 있었어요.
결국 이 싸움은 머리가 (크게) 승리했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QM3의 차키가 손에 쥐어지게 되었습니다.
경제적이며 실리를 추구하는 자동차
프랑스 디젤 차들의 연비는 정평이 나 있죠.
저렴한 주유비와 20km/l를 넘나드는 연비는 많은 분들의 마음을 끌었을겁니다.
근래 유가가 많이 치솟아 장점이 많이 사라져버리긴 했지만 말이죠.
90마력 디젤 엔진은 운전자에게 '여유'를 선사합니다.
마음이 급하더라도 내가 정말 급한것인지 한 번 더 돌아보도록 만들어줍니다.
교통 흐름과 법규를 철저하게 준수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우리를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옮겨줍니다.
추월 가속이 안돼서 이따금 아쉬울 때는 있어요.
차선을 옮기고 싶고 마침 들어갈 공간이 있을 때, 하지만 뒤에서 차가 다가오고 있어서 들어갈지 말지 고민될 때.
이럴 때 다음 기회를 노리기로 마음먹곤 합니다. 이렇게 주저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제가 그대로 들어가게되면 뒷 차가 브레이크를 밟게 만들 것만 같거든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일반적인 상황에서 힘이 그렇게 부족하지는 않아요.
마력 숫자만 보면 정말 초라해보일 수 있지만, 우리 나라 도로사정에 적절한 수준 입니다.
출력을 더 욕심낼 수도 있었겠지만 연비가 나빠지거나 환경규제에 대응하기가 어려워졌을 수도 있겠죠.
필요한 만큼의 힘과 훌륭한 연비. 적절한 타협점을 찾은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 저속에서의 울컥거림과 너무 쉽게 틀어져버리는 조향 때문에 운전하기 쉬운 차는 아닙니다.
이 차와 친해지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거예요.
어설프지만 필요한 건 갖추고 있는
'내가 그래도 수천만원 짜리 차를 샀는데.'
감각이 예민하시거나 감성을 자극하는 요소들이 중요한 분 이시라면 QM3는 여러 가지로 눈에 밟힐 수 있습니다.
버튼들의 조작감, 방향지시등 레버, 기어변속 등 운전자의 손에 닿는 각종 감촉은 저렴하다는 인상을 줍니다.
버튼을 끝까지 당기면 플라스틱과 플라스틱끼리 맞닿아 동작을 멈추게 되는, 그런 딱딱한 느낌이예요.
실내 잡소리도 존재합니다.
고정되지 않은 물건들이 부딪혀서 나는 소리가 아니라, 차체가 갸우뚱 하는 순간이 오면 리어 스포일러 부분에서 우드드득 소리가 납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인테리어 디자인도 한 몫 합니다.
우선 QM3에는 센터 수납함이 없는데요. (사실 이 급 차량에서는 흔한 일이죠.)
고객 편의를 위해 PDI 에서 이 수납함을 추가로 부착 후 차량이 출고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문제는 1열 등받이 각도를 조절하려면 '돌돌이'를 조작해야하는데, 돌돌이가 좌석 옆 센터 수납함 쪽에 있습니다.
그래서 센터 수납함과 간섭이 생기죠.
프랑스에서는 차량 안에서 음료를 마시지 않는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기본적으로 컵홀더가 없습니다.
그래서 오너들은 대부분 악세사리를 따로 마련해서 이 점을 해결했습니다.
(요즘 차량들은 컵홀더 장착으로 개선 되었던 것 같습니다.)
단점을 기다렸다는 듯이 여럿 쏟아냈는데, 사실 QM3는 자동차에서 필요한 기능들은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기능들을 조작하는 과정이 어딘가 어설프지만 일단 켜두면 제 구실은 합니다.
기능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아서 짜증이 난 적은 없었어요.
안 그러게 생겼는데, 기온이 떨어지면 "Risk of black ice"라는 문구도 띄워줍니다. 친절하죠?
이렇게 말이죠.
어설프지만 필요한 건 있다는 말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대를 잘못 찾아온 것 같은 두 줄 짜리 8비트 디스플레이 창에다가 필요한 정보들을 보여주는 걸 보니 대견하다고 해야할까요.
실내 공간은 여유로운 편 입니다. 하지만 안락하지는 않습니다.
2열 시트는 엉덩이 기울기가 편편한데 인조 가죽이 미끄러워 자꾸 앞으로 눕게됩니다. 발바닥에 힘을 주고 엉덩이를 이따금 밀어줘야 하지요.
하지만 SUV라서 그런가, 운전석 밑 공간이 넓어서 발을 놓기가 아주 편안합니다.
소형이지만 SUV답게 헤드룸도 높고 트렁크도 적당히 수납할 수 있도록 여유가 있습니다.
전체적인 크기는 클럽맨과 비슷하지만, 차체가 높아서 트렁크 공간도 높았고 그만큼 적재에 조금 더 여유가 있었습니다.
QM3에는 다른 차에서는 보기 어려운 옵션이 있는데요.
그건 바로 '조수석 ISOFIX와 테더 앵커' 입니다. 물론, 조수석 에어백 ON/OFF도 가능합니다.
※ 조수석에 어린이가 탑승할 경우, 에어백은 반드시 OFF 해야 합니다.
앞좌석에 카시트를 안전하게 부착하고 아이와 나란히 주행하는 건 나름 재미가 있습니다.
시야가 트여서 아이가 지루해하지 않는 게 제일 크죠.
하지만 조수석은 아이가 타기에 안전하지 않은 위치이고, 해가 낮게 떠있을 때 햇빛을 가려줄 방법이 없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에 권장은 하지 않습니다.
QM3는 현재는 단종되었고, 중고 시장에서만 만나볼 수 있습니다.
신차 가격은 꽤나 비싼 편 이었고 (당시 아반떼AD 풀옵 수준), 중고차 가격도 같은 연식의 비슷한 차량들에 비해 약간 높은 편 입니다.
그에 비해 가격에 걸맞는 구성을 하고 있지는 못하다고 보여집니다.
그럼에도 지금도 도로 위에서 굴러다니는 QM3는 매우 쉽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화려한 색으로 눈길을 끌면서 말이죠.
많은 분들이 이 자동차를 선택했고 여전히 함께한다는 것은 분명 이 차가 나쁜 차가 아니라는 방증이 될 수 있겠습니다.
타다보면 부족해보일 수도, 아쉬울 수도 있지만 미워할 수 없는 사랑스러운 자동차 입니다.
오늘도 사용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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