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기] Lexus LS500h 하이브리드

2022. 4. 21. 22:47아이와 함께하는 자동차 리뷰

이번의 주인공은 렉서스의 기함, LS500h 입니다.
순수하게 차량을 살펴보고자, 원산지를 잠시 내려두고 집중해서 차량과 함께 해 보았습니다.


사실 프리미엄 브랜드의 기함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우리네 보통 아빠들이 아닐겁니다.
차 한대를 고르는데 분명 여유가 있는 분들 이겠죠. 부럽습니다.




이 정도 되는 차는 패밀리카 라기보다는 누군가를 모시는 데에 더욱 초점이 맞춰져있을텐데요.
그래서 오늘은 기사님이 되어 누군가를 모신다는 심정으로 운전대를 잡고 차량을 사용해보았습니다.


옆 라인이 꽤나 멋들어지게 전개된 모습입니다.



이 차량의 경험은 튀어나온 문 손잡이에 네 손가락을 공손히 집어넣는 것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이 '행위'만으로 잠겨있던 문이 열리고 차가 깨어납니다.




기본적인 이지 억세스(운전자가 편하게 탈 수 있도록 시트가 저절로 뒤로 밀려나고 핸들이 위로 올라갑니다.) 뿐만 아니라 팔걸이, 핸들 등 손과 팔이 닿는 부위에는 이미 따스하게 온기가 돌고 있습니다.
차가 나를 맞이해준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추운 겨울에 더더욱 빛을 발하겠죠.


하키 스틱처럼 꺾인 테일램프는 각각 깊이를 달리하여 입체감을 줍니다.



앉은 채로 넋 놓고 있던 도중 문이 애매하게 닫히다 말았네요.
다시 제대로 닫으려고 했더니 '지잉' 소리와 함께 스스로 닫아버렸습니다.
저 같은 촌놈에게는 참 생소한 옵션입니다.
뒷자리에 주인을 모시고 '쾅' 소리없이 조용히 문을 닫아드리는 모습을 상상하니 고급스럽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편 소프트 클로징(문이 제대로 안 닫힌 경우, 자동으로 문을 마저 당겨 잠기게 해줍니다)은 어린이의 손가락이 끼일 경우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조심해야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인 적이 있었는데요.
G80이나 5시리즈 정도부터는 소프트 클로징이 들어가있는 것 같으니, 어린 자녀가 있다면 사용에 유의하셔야겠습니다.


 

안락하고 고급스럽지만 튀지는 않는


앉아서 잠시 주변을 둘러봅니다.
손과 눈이 닿는 부위는 여지없이 가죽으로, 그리고 코팅된 나무로 덮여있습니다.
대시보드와 팔걸이, 시트의 가죽은 스티치로 포인트가 들어가있는데요.
이 스티치가 차량 실내를 관통해가며 유선형의 라인을 그려나가는 모습이 꽤나 멋스럽습니다.



스티치가 멋진 모양을 그리며 박음질 돼있습니다.



가장 놀라웠던 건 이 차는 달리는 동안 정말 조용하다는 겁니다.
고속도로의 시끄러운 시멘트길 위를 달리면서도 옆사람과 조곤조곤 대화가 가능한 차는 처음이었어요.




음악에 대해 뭐라 평가는 못 하겠는데 음색이 플랫하고 깔끔하다고 느껴졌어요.
조용한 실내와 더불어 기분좋게 해주는 요소였습니다.


오디오는 마크 레빈슨 스피커가 채택 됐습니다.



하지만 저속에서는 의외로 엔진음이 많이 유입됩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로 (저속 운행 환경에서 배터리의 도움을 받아 연비개선에 도움을 줌) 3.5 자연흡기 엣킨슨사이클 엔진이 들어가있다고 하는데요.
엑셀을 밟지 않아도 배터리 충전을 위해 갑자기 엔진이 돌곤 합니다.

안전벨트를 참 멋지게 잡아주고 있습니다.




아쉬운 건 이 소음과 진동이 실내로 유입된다는 점 인데요.
사람에 따라 거슬릴 수준은 아닐 수 있습니다만, 못 알아차릴 수는 없습니다. 정숙의 렉서스, 게다가 기함급 차량인데 살짝 갸우뚱해지는 부분 이었습니다.
워낙 조용한 차량이라 더욱 그렇게 느껴지는 듯 합니다.
하이브리드를 타는 지인들 모듀 같은 의견을 준 적이 있었는데, 엣킨슨사이클 이란 엔진이 어쩔 수 없는 건가보구나 싶기도 합니다.

뭐, 상관 없습니다. 어차피 뒤에 탄 사람은 모를거예요.




운동은 제법 한 것 같은데, 겉옷은 벗지 않는 친구



주행모드는 기본 컴포트 이고, 계기판 상단 레버를 당기며 스포츠 또는 에코로 바꿀 수 있습니다.
출력은 전혀 부족하다고 느껴지지 않습니다.
엑셀을 밟아도 빠르게 튀어나가지 않고, 그렇다고 다른 차들에 뒤쳐지지도 않은 딱 적절한 출력.
뒷자리 승객에게 항상 아늑함을 안겨줄 걸 고려해서 만들었겠구나 싶습니다.


마감은 정말 훌륭합니다.



힘은 전혀 부족하지 않지만, 그 힘을 다 보여줄 생각은 없어보입니다.
분명 숨기고 있는 것 같지만 끝까지 그 실체를 모를 것 같습니다.
핏이 살아있는 걸 보니 운동을 좀 한 것 같은데 겉옷은 끝끝내 벗지 않는 그런 친구.


그래도 나름 패들시프트도 달려있습니다.



스티어링은 헐겁지 않습니다. 독일차 처럼 칼같지는 않지만 헛돈다는 느낌은 없었어요.

스포츠모드로 바꾼다고 해서 차가 더 기민해지고 반응이 빨라지지는 않습니다.
계기판이 빨갛게 변하는 것 말고 차이는 없는 거 같아요. 😁


"삑삑 소리가 시끄러우시죠? OK버튼을 누르세요!"



사용해보면서 몇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는데요.

이 차는 운전자에게 많은 걸 할 수 있게 해줍니다.
정차하기 전 속도가 줄면 자동으로 어라운드뷰(차 주변 사방을 보여줌)와 카메라를 띄워주면서 동시에 물어봅니다.
'자동으로 켜지는게 싫으세요? 그럼 여길 눌러서 끄세요.'
주차를 하면서 기둥에 가까워지면 부딪히지 말라고 알람이 울리죠. 이때에도 물어봅니다.
'시끄러우세요? 그럼 여길 눌러서 끄세요.'
커다란 HUD(HeadUp Display) 도 버튼 하나로 켜고 끌 수 있습니다.

주행 → 정차에 가까워지면 어라운드 뷰와 카메라가 작동됩니다.



뒤에 모시는 분이 시끄러울까봐 그런걸까 싶기고 하고 일본인 특유의 '도우조'가 차에도 묻어있나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주인이 무언가 하고싶다면 자동차는 기꺼이 주인의 요구를 승낙해줄 준비가 되어있는 것 같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사용자한테 너무 많은 선택권을 주기 보다는 '잘 다듬어서 필요한 것만 쓰게'하는게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만, 누군가는 대우를 받는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블루레이 디스크를 넣을 수 있습니다. 그것도 앞,뒷좌석 모두 말이죠.
뒷좌석에는 모니터도 있으니, 고화질 비디오를 시청하면서 갈 수도 있겠습니다.

디스크를 넣을 수 있는 자동차가 아직 남아있었다니, 새삼 반가우면서더 잠시 추억에 빠집니다.
어쩌면 원래 다 있는건데 제가 기함급을 타보질 않아서 몰랐을 수도 있겠습니다.


항공기 프레스티지 좌석의 느낌을 표방했다는 뒷좌석



이 차량의 뒷좌석을 타보고 깨달은 건, 안락함이 넉넉한 공간을 의미하는 건 아니라는 점 입니다.

의외로 이 자동차는 무릎 공간이 차 크기에 비해 별로 넓지 않습니다.
(물론 버튼 원터치로 조수석을 바짝 밀어, 세상 넓은 자리를 가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거의 눕는 느낌을 주는 리클라이닝과 시트 조절. 마사지 기능은 사장님을 만족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 같습니다.

리클라이닝 없는 기본적인 상태에서 무릎 공간은 그리 넓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게 대수인가요.



등받이 각도 재는 방법을 바꿔보았습니다. 50도에 가까운 기울기라니, 상상이 되시나요?
방석 기울기와 합산을 하면 얼마나 드라마틱하게 누워지는지 표현이 안되어서 아쉽더라구요.

오늘도 고된 하루를 보낸 당신, 퇴근길은 그 누구보다도 안락할겁니다!


하이브리드라서 그런지, 이 자동차는 트렁크 공간이 좁습니다.
가로는 넓지만 깊이가 얕아서, 골프백은 2~3개 정도만 여유롭게 실을 수 있는 정도 입니다.
쇼퍼 드리븐 차량이라 4명이 골프치러 갈 일은 없을거라고 생각한 걸까요?

트렁크를 모두 채운 모습



고급 자동차를 오랫동안 고민한 회사에서 만든 결과물



이 차량을 소유하려면 적지 않은 가격을 지불해야 합니다. 같은 가격이면 S-Class 또는 옵션을 꽉꽉 채운 신형 G90이 가시권이죠.
하지만 S클래스에 적응하려면 적지않은 공부가 필요합니다.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분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또한 제네시스는 너무나 훌륭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어딘가 아쉬운 차량일 수도 있습니다.
도요타 차량의 내구도에 끌림을 받을 사람도 있을거고요.

이 자동차를 만드는 데 수많은 엔지니어들이 달려들었다고 하죠. 분명 정성스럽게 만들어진 티가 납니다.
정말 빼어나고 뛰어나지는 않지만, 어디 하나 모난 데가 없는 자동차.
저음과 고음 모두 고르게 들려주는 플랫한, 교과서적인 이어폰 같은 자동차.
언젠가 이 차량을 바꾸게 된다면, 아마도 이런 플랫함에 질려서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건 운전대를 잡는 사람의 이야기이고, 다른 누군가와 함께 탄다면. 그리고 뒷자리에 앉는다면 상황은 또 달라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