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3. 30. 00:06ㆍ아이와 함께하는 자동차 리뷰
아마 자동차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미니'는 알고 있을 것 같습니다.
톡톡 튀는 외모와 앙증맞은 크기로 보는 순간 그 모습이 뇌리에 콕 박히죠.
'아, 갖고싶다.'
다들 이런 생각이 한 번쯤은 들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용기를 내 설렌 마음으로 차를 받아보지만 웬걸, 시동을 걸고나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집 앞에 갑자기 방지턱이 생겼습니다. 맨홀뚜껑도 생겼구요. 한두개가 아니군요. 하루아침에 공사라도 한 건지.
그렇게 미니는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만났지만 이내 중고장터로 많이들 나오는 차량이기도 하죠.
돈을 어디다 쓰느냐는 내 자유겠습니다만, 그 결과가 주변으로부터의 평가로 이어지는 건 피할 수 없죠.
예상하셨겠지만 미니는 박한 평가를 받는 차종입니다.
사실 미니를 살 돈이면 성공의 상징그랜져를 살 수 있거든요.
JCW로 눈을 높이면 5시리즈도 가시권입니다.
이쁜데, 작고 딱딱하고 불편한데 값도 비싸.
세간에서 미니를 바라보는 시각을 대충 정리해보면 이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미니는 정말 값어치를 못 하는 차이쁜ㅆㄹㄱ 일까요?
포르쉐의 상징이 911이라면 미니의 상징은 3도어 해치라고 할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미니 3도어는 '아이가 있는 가정에서 차 한 대만 골라야한다면' 권해드리기 어렵습니다.
불가능한 건 아니예요. 그런데 불편해요. 시중에는 가족들이 안락하게 탈 수 있는 차가 수두룩 하죠.
하지만 대상을 조금 바꿔본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나 혼자, 또는 아이 없는 부부가 타는 차량이라면
개성을 표현하고 싶은 사람이 자신만의 세컨카를 찾는다면
운전이 이제는 그저 노동으로 전락해버렸다면
매일 운전을 하는데 일상이 무료하고 따분하다고 느낀다면
이런 분들께서 차량을 찾고 계시다면 미니 3도어를 꼭 한번 경험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전 미니 3도어를 만 2년 이상 운행해봤는데요.
바로 위에서 패밀리카로는 추천하지 못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미니는 우리 집의 '패밀리카'였습니다.
떠나보낸 미니가 아직도 생각나는 이유가 뭐였을까를 JCW를 타보며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운전이 즐거운 미니
아반떼, 소나타를 타고 유유자적 다니다보면 문득 신나게 달려보고 싶을 때가 있을 겁니다.
누워있던 허리를 바짝 세우고, 핸들도 9시-3시로 바로잡은 채 손에 힘이 들어가고, 운전모드를 스포츠로 변경합니다.
차가 갑자기 빨라진 것 같고, 날렵해진 것 같습니다.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하고 졸음이 달아납니다.
잠깐이지만 난 레이서가 되었죠.
미니 3도어를 타게되면 타는 내내 '항상' 이 상태가 됩니다.
운전자의 의지가 아니라, 자동차가 가만히 있고는 못 배기게 만듭니다.
(반려견을 키워본 적은 없지만) 산책하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한 강아지 같은 상태랄까요.
3도어 해치는 제 눈에는이쁘고 날렵합니다.
스티어링은 묵직하지만 매우 정직합니다. 원하는 만큼 틀면 딱 그만큼 움직여줍니다.
아내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차랑 한 몸이 된 것 같다고.
실제로도 느리지는 않지만, 운전자로 하여금 생각보다 빠른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전 이 느낌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내가 즐거움을 느끼고 만족스러운 순간은 가장 빨리 달리는 순간이 아닌 것 같거든요.
전 개인적으로 무언가를 내 마음대로 해낼 때, 그리고 내 의도대로 일이 풀어져나갈 때 기쁨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미니 3도어를 운행하면서 이런 기쁨을 느껴왔죠.
통풍시트나 메모리시트 처럼 유용하고 다양한 편의사항들은 많이 아쉽습니다만,
운전자가 운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운다는 측면에서는 신경을 많이 썼다고 느껴집니다.
적절한 사이드미러와 운전자 시야, 똑똑한 오토와이퍼와 오토라이트는 운전하면서 신경쓸 일을 많이 줄여주었습니다.
이번 21년식(2nd LCI) 이후에는 카파스 카메라가 부착되어있어 현재 주행중인 도로의 최고속도 정보를 계기판과 HUD(Head-up display)에 띄워주기도 하고, 주행보조장치가 추가되어 운전에 조금 더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묵직한 배기음은 덤 입니다. 운전자를 계속 쿡쿡 찌르며 자극하죠.
한 번 들어보실까요?
아이와 함께하는 미니
저희 가족은 아이가 20개월일 즈음부터 미니 3도어를 패밀리카로 운행했는데, 언제나 테트리스를 하는 게 숙제였습니다.
유모차도 절충형이 아닌, 휴대용으로만 사용해야 했고 아이 짐이 많을 때엔 뒷좌석까지 총 동원해야 했습니다.
부족한 점이 많은 것 처럼 적었는데, 그럼에도 불가능하지 않았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
타협을 많이 해야했지만, 짐이 많은 유아시절도 모자람 없이 무사히 넘길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건 부모가 얼마나 타협하느냐에 달린 문제 같아요.
아래 사진을 보시고 트렁크 크기를 한 번 가늠해보세요.
시골집이라도 다녀오는 날엔 더더욱 고급 테트리스 기술이 필요해집니다.
양가에 들러서 반찬을 잔뜩 받아들면서 언제나 난관에 봉착했지만 어떻게든 짐은 실리더라구요.
트렁크는 윗 덮개를 제거하고 뒷좌석을 접을 수 있는데요.
두 다리 쭉 펴고 잘 공간은 안 나오겠지만, 2명이 각자 자기 골프백 하나씩은 넣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족차로서 트렁크 다음으로 중요한 건 뒷좌석이겠죠.
착좌감에 제일 중요한 요소는 '등받이 각도, 그리고 엉덩이가 얼마나 기울어져 있는지'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다른 차량들을 사용해볼 때 이 부분은 꼭 비교해보려고 합니다.
미니 3도어의 뒷좌석은 이렇습니다.
뒷좌석 공간은 '의외로' 괜찮은 편 이예요. 타고 내릴 때 구겨지는 것만 주의하면요.
G70과는 달리 운전석을 최대한 낮춰도 신발을 의자 밑으로 넣을 수 있습니다.
앉았을 때의 '느낌'은 아반떼와 비슷한데요.
허벅지가 살짝 뜨고 시트 길이가 약간 모자라는 것 까지도 유사해요.
물론 공간의 여유로움까지 더한다면 아반떼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요.
해치백 특성상 천장이 높아서 헤드룸이 제법 여유롭습니다.
그래서 막상 앉아보면 좁다는 느낌이 막 들지는 않습니다. (앉은키 94센치 주의)
다만 미니가 안락한 차는 아니므로 동승자가 있을 때는 운전을 신경써서 하는 게 좋겠습니다.
앞자리보다 뒷자리가 조금 더 신경질적입니다.
편평비가 높은(=타이어가 두꺼운) 일반트림은 상황이 좀 더 낫습니다만, 있는 줄도 몰랐던 방지턱들이 갑자기 존재감을 드러내고 고르지 못한 노면의 잔진동이 올라옵니다.
하지만 이건 3도어의 문제점은 아닙니다.
적절하게 많은 정보를 전달해주면서 운전자를 더 자극해주기도 하거든요. 그게 미니가 지향하는 방향에 맞을 거고요.
운전을 정말 즐기는 분 이시라면 이것마저도 즐거움으로 다가올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공간에 대한 내용을 정리하면, 미니3도어 뒷자리는 누굴 못 태울 짐칸은 아니고 이따금 여럿 태울 일 생기면 그냥저냥 탈 수 있습니다.
뒷사람을 배려한다면 운전은 좀 얌전히 해야겠죠.
카시트를 슬림한 걸로 장착하면 어린이는 여유롭게 태울 수 있어요.
회전형이나 유아용 카시트는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앞좌석을 젖힌 채로 집어넣을 수 없어서 탈착이 불편합니다.
그래도 ISOFIX 고리가 노출되어있고, 테더 앵커도 마련되어있답니다.
만 3살 쯤 되면 스스로 기어올라 탈 수도 있을거예요.
세컨카로 미니가 타고 싶었지만 아이 라이딩이 불가능할 거라는 생각에 눈물을 머금고 마음속에서 배제하셨던 엄빠라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셔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니 3도어는 지루한 혹은 따분한 일상을 조금 더 신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자동차입니다.
시원하게 뻗은 도로가 아닌, 북적거리고 복잡한 도심과 구불구불한 시골길에 어울리는 자동차입니다.
같은 하늘 아래 똑같은 미니는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저마다의 개성과 색깔이 드러나는 자동차입니다.
그리고 주차를 하고 나면 다시 한 번 뒤돌아보게 만드는 자동차입니다.
'미니 병이 낫는 방법은 미니를 사는 것 뿐이다' 라는 말이 있죠.
많은 사람들에게 값어치 못하는 자동차일 수는 있겠습니다만, 미니 3도어는 분명 경험해볼 가치가 있는 멋진 자동차입니다.
* 이 사용기는 MINI 바바리안모터스 계양 전시장(032-713-4602)의 도움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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