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노르웨이 자동차 여행의 시작

2022. 7. 16. 16:31아이와 함께하는 여행

어릴 적 부터 웅장하고 아름다운 자연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스위스, 아이슬란드나 뉴질랜드와 같은 곳을 꼭 가보고 싶었었죠. 

하지만 많은 분들이 그렇듯이, 저도 사실 가고싶다는 마음만 먹고 말았습니다. 

많은 시간을 내기도 어렵고 (실제로는 어렵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돈도 너무 많이 들어가는 것 같아서 으레 겁먹은 채로 돌아서버렸죠. 

사진과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 만족하면서요. 

그렇게 십수년이 지나고 나니 이런 여행은 그저 꿈일 뿐 이었고, 이따금 누군가 다녀왔다는 이야길 들으면 그저 마음속으로 부러워할 뿐 이었습니다. 

 

 

별 고민없이, 무심결에 툭 던지듯. 

 

 

그러던 어느날, 휴직중이던 아내가 복직하기 전에 노르웨이로 가족 여행을 다녀오자고 제안을 합니다. 

전 순간 망설였지만, 이내 승낙했습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노르웨이를 꿈꾸게 되었고, 5개월 전 부터 장대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노르웨이라고 하면 어떤 것들이 떠오르시나요? 

 

  • 아름다운 항구도시
  • 발 닿는 모든 곳이 모험으로 가득찬 트래킹 코스
  • 유네스코 유산으로 등재된 피요르 구경
  • 울퉁불퉁 산악 기차
  • 북극권 여행이라면 모두들 한 번쯤 꿈꾸는 오로라

 

이런 것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노르웨이는 '그 자체로 아름다운 자연' 이었습니다. 

그런 제게있어, 노르웨이 여행은 목적지를 향한 것이 아닌 목적지로 향하는 "과정"에서 의미가 있었습니다. 

 

자동차를 빌려 직접 운전을 하며 멋진 곳을 만나면 무작정 정차해서
온 몸으로 자연을 느껴보는 것. 

 

이런 여행을 꿈꾸며 검색을 하던 중, NTR(National Tourist Routes) 이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간단히 요약하면, 노르웨이의 수많은 도로들 중 경관이 아름다운 도로를 관광자원으로 개발한 건데요. 

노르웨이 전역에 걸쳐 18개의 도로가 선정되어있습니다. 

 

 

Norwegian Scenic Routes | Nasjonale turistveger

 

Norwegian Scenic Routes

Norwegian Scenic Routes are 18 selected roads that run through landscapes with unique natural qualities, along coasts and fjords, mountains and waterfalls. The routes are intended as alternatives to the main roads, and the drive itself sh …

www.nasjonaleturistveger.no

 

 

자동차 여행을 꿈꾸던 제게 더할 나위 없는 플랜이었죠. 

전 그저 비행기과 숙소 일정을 고려해서 이 경관도로 스케쥴을 짜기만 하면 될 뿐 이었습니다. 

 

제가 요즘 부쩍 관심이 있었던 로포텐 제도와 실컷 사진으로만 구경했던 트롤스티겐, 게이랑에르.

이 몇가지 명소들을 떠올리면서 경관도로의 세부 내용을 구글지도와 함께 살펴보는 것.

이것이 우리 가족 노르웨이 여행의 시작이었습니다. 

 

 

여행까지 여러 고비를 넘기다

 

 

다들 그렇겠지만, 저희도 마음 먹었던 게 실제 여행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몇 가지 고비가 있었는데요. 

 

첫 번째 고비. 전쟁.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으로 항공편이 유실되었습니다. 

아마 유럽으로 향하는 모든 항공편이 마찬가지였겠지요. 러시아 상공을 지나가야했으니까요. 

이미 예약도 다 해두었고 결제도 마쳤지만, 항공사에서 캔슬되었다는 연락과 함께 환불 안내를 보내더군요. 

유류비 인상 + 코로나 일상회복 콜라보로 항공권 가격이 대폭 뛸 것 같아서 미리미리 손 써두었던 건데.

부랴부랴 대체 항공편을 찾아보니 기존 항공권 대비 +7시간, +70만원 증가 라는 선택지밖에 없었습니다. 

 

두 번째 고비. 어린이와 함께하는 여행. 

 

첫 번째 고비에 이어지는 내용인데요. 

4살(54개월) 아이와 동행하는 여행인데, 항공편 사정이 이렇게 되니 여행 자체를 고민할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요즘 부쩍 짜증과 까탈스러움이 늘어나고 있는데 환승시간 포함 19~20시간 비행을 견뎌낼 수 있을까? 

유목민 마냥 매일 200-300km씩 차로 이동해야하는데 괜찮을까? 

아이와 동행할지, 아니면 부모님들께 맡겨두고 부부끼리만 다녀올지 출발 1달 전 까지 고민했습니다. 

가족이 다 같이 가는건데 같이 가야지! 했다가도 기껏 부모님댁에 내려가는데도 아이가 짜증내고있는 모습을 보면 역시 안되는건가.. 

이걸 정말 수없이 반복했던 것 같습니다. 

 

 

어떤 순간에도 아이에게 짜증내거나 화내지 않는다.

 

 

결국 이런 조건을 달고 아이와 함께 여행을 하기로 했습니다. 

무탈한 여행을 위한 몇 가지 제약, 조건과 함께요. 

 

 

  • 일정을 3일 줄이고, 로포텐 제도를 포함한 북부 노르웨이 여행을 포기합니다. 
  • 노르웨이 여행의 별미인 트래킹 코스는 모두 배제하게 되었습니다.
  • 비행시간을 최대한 짧게 예약했습니다.  (응 그래봤자 19시간)
  • 현지 음식이 아이 입맛에 맞지 않을 수 있으니, 여기에서 좋아하던 밑반찬들을 챙겨갑니다. 
  • 현지에서 아플 걸 예상하여, 병원에서 미리 약을 처방받아 챙겨갑니다. 

 

 

지금 돌아보면 잘한 선택이지만, 당시 북부 노르웨이와 프레이케스톨렌 트래킹은 정말 눈물을 머금고 포기했습니다. 

언제 노르웨이를, 이 먼 곳을 또 오겠나. 싶은 마음이 들었거든요. 

생에 한 번 뿐인 노르웨이 여행이라는 생각이 저를 너무 촉박하게 만들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어찌되었든 출발!

 

 

여튼 우여곡절 끝에 우리 가족은 드디어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여행기간은 7/6 - 7/14까지, 총 9일 입니다. 

전천후 멋진 사진을 위해 24-105 렌즈도 들이고 혹시 모르니 영상촬영도 하려고 친구들에게 오즈모 장비들도 빌리고. 

해먹을 것들과 갈아입을 옷들, 이런저런 장비들을 캐리어들과 각자의 가방에 잔뜩 우겨넣고 인천공항으로 향하게 됩니다. 

 

출발!

 

 

장기주차장에서 터미널로 걸어가는 길. 밤 늦은 시간이라 텅 비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