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5. 27. 17:03ㆍ아이와 함께하는 자동차 리뷰
Hey, 날 좀 봐줄래?
i7을 타본 다음 날, 저희 가족은 XM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XM은 BMW에서 처음 선보인 'M' SAV(외모는 SUV처럼 보이기는 합니다) 이면서 우리나라에 상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죠. 저도 출시됐다는 소식과 함께 사진을 접해보기는 했는데 실제로 볼 수 있을거란 기대는 하지 않았거든요.
생에 소유해볼 일이 있을지 모를, 한 번 구경해보기도 힘든 자동차들을 잇달아 경험하게 되다니, 이만하면 제 인생도 참 훌륭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기요, 저 좀 봐주시겠어요?
덩치로 보나 외모로 보나 아주 멀리서 봐도 단박에 눈에 들어옵니다. 수많은 하얀 차들 사이에서 이 자동차를 찾는 건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닐거예요. 뉴트리아 이빨 모양의 기다란 그릴은 아니지만, 워낙 차가 거대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큰 코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납작한 눈매를 더하여 -ㅁㅁ- 룩을 완성했습니다.
인터넷에서는 놀리는 모양새로 쓰이지만, i7이 그랬던 것 처럼 실제로 마주하게 되면 -ㅁㅁ- 룩은 그다지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XM은 지나는 행인들의 눈을 사로잡기 위해 그 밖에도 많은 노력을 했거든요.
BMW의 다른 '보통' 차들과는 달리 파격적인 시도를 한 흔적이 여럿 보입니다. 세로로 배치한 머플러와 D필러부터 운전석까지 이어지는 검은 띠와 문 손잡이의 투톤 처리 까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후면 가운데에 위치해 있어야 할 BMW 로고를 아예 삭제해버렸습니다. 대신 뒷 유리창 상단으로 옮겼죠. 오래 전 M 차량 역사의 한 순간을 오마쥬하는 의미라고 알려주셨던 것 같은데, 정확한 내용은 그만 잊고 말았습니다.
외모만 놓고 보면 결코 얌전하려는 기색이 없고 어떻게 하면 눈에 더 띌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한 것 같습니다. 거기에 M 뱃지를 단 슈퍼 SUV 인 만큼 경쟁 상대는 명확해보였습니다. 재력을 과시하기에 G바겐 만한 차가 없었는데 거기에 도전장을 내민 던진 것이죠.
XM은 G바겐(G63)과 경쟁할 수 있을까요?
G바겐은 수십년 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박물관 같은 차량으로 그 존재감은 단연 독보적입니다만 XM에는 G바겐에는 없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라는 점이죠. 순수 전기로만 60km 주행이 가능하다고 하네요. 구동장치를 COMFORT 모드로 설정하자, 엔진이 가동을 멈추고 이 존재감 넘치는 자동차가 갑자기 골목길 고양이 처럼 조용해집니다.
물론 SPORT 모드로 돌리면 상황은 달라지지요. 바깥으론 존재감을 뽐내고, 탑승객은 신나게 만들기 시작합니다. V8 4.4 엔진소리도 듣고 싶었는데 사운드 제네레이터가 너무 열심히 일하는 바람에 구분이 잘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음색은 아주 듣기 좋았습니다. 입가에 미소가 가시질 않았어요. 막판에 가서 SPORT PLUS 로 놓아보니 소리가 더 커지더군요. 처음부터 그렇게 다닐걸..
실내는 스포티하고 화려한 스티치와 카본의 향연입니다. 이 차의 성향에 걸맞는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소유주의 마음까지 채워줄지는 모르겠어요. 화려하기 위해 한껏 노력하였으나, 원래 BMW가 실내를 화려하게 치장하는 브랜드는 아닌지라 말이지요. 이른바 '관종' 주인이라면 더 럭셔리하거나 더 요란하길 원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핸들과 기어봉은 우리 가슴속의 M, 바로 그 것입니다. 유턴하는데 한 번에 못 돌아 후진을 해야했는데 기어 조작이 보통 차들과 달라 당황했어요. 😂
실내 레이아웃은 바로 BMW 였습니다.
i7와 같이 Bowers & Wilkins 스피커가 자리잡고 있었지만, 굳이 음악을 들어보고 싶진 않았어요. 엔진 소리만 듣기에도 아까운 시간 이었으니까요. 아마 풍부한 저음과 입체감 넘치는 음향으로 온 탑승객이 들썩일 거라 예상해봅니다. ^^
2열은 도어부터 좌석까지, 아늑하게 감싸는 형상을 하고 있었습니다. 다함께 파티장소로 떠나기에 안성맞춤으로 보였네요. 의자 가운데를 잡아당기면 와인 냉장고가 나와줘야할 것 같은데 확인해보지는 못 했습니다. 왜 중요한 생각은 일이 다 끝나고 나서야 떠오르는걸까요? 😊
우리를 신나게 하는 요소 중 하나는 역시 승차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전날 경험했던 i7과 정확하게 반대에 있는 모습을 온 몸으로 겪고 있노라니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습니다. 참 재밌는 경험이예요.
오돌토돌한 도로의 질감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불쾌하지는 않아요! 제가 그간 운용하던 자동차들이 안락함과 거리가 있어 그렇게 느껴졌는지 모르겠는데 이만하면 뒤에 누구 못 태울 만한 차는 아닙니다. M 의 보편적인 승차감이 이렇다면 M3 touring은 역시 궁극의 아빠차임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갑자기?)
이 자동차를 살 수 있을까?
육중한 몸매와 화려한 치장으로 사로잡는 시선.
M 패밀리의 선봉장에 선 자동차 다운 어마어마한 파워, 그럼에도 순수 전기모드 주행 또한 가능한 매력적인 선택지.
XM은 BMW의 욕심과 그들의 기술력이 어우러진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M division 에서는 최고의 M SUV를 내놓기 위해 노력했을 거고, 디자이너들은 '타도 G바겐'을 온 사방에 걸어놓은 채 BMW만의 아이덴티티를 보존하면서도 눈에 튈 수 있는 작품을 그려냈을 거예요. 결과물을 경험해보니, 아마 그 과정은 즐겁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 자동차는 아무나 살 수 있는 차가 아닙니다.
2.2억을 손에 쥔 채 차 한대만 골라야 한다면 i7은 망설이지 않고 선택할 수 있지만, XM은 그렇지 않습니다. 파워풀하고 멋지지만 (이 돈을 줬는데) 안락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이 자동차만의 매력은 분명합니다. 흡족한 페이퍼 스펙과 주행하는 내내 오감을 만족시키는 감성적인 매력.
이런 자동차가 거래되는 시장이 존재하는 거겠죠. 제가 모르는 부자들의 세계 속 에서는요. 😊
부천에 코오롱이 있었다면, 안양에는 삼천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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