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6. 17. 23:27ㆍ아이와 함께하는 자동차 리뷰
여유로움과 피곤함, 그 사이 어디인가
오랜만에 자동차 시승기를 작성해보네요.
오늘 경험해본 자동차는 신형 미니 컨트리맨 S (페이버드 트림) 입니다.
(3도어 기준) 2014년에 BMW의 플랫폼을 사용한 3세대 MINI가 출시된 이후, 그 동안 Facelift 만 몇 차례 이루어지다가 10년이 지난 지금 드디어 대대적인 풀 체인지로 우리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대중에게 공개되었던 신형 MINI의 외모는 MINI의 계보를 잇는 모습과는 조금(?) 차이가 있어 많은 팬들이 아쉬워하기도 했었는데요. 그동안 어색했던 겉모습이 시간이 지나면서 언제 그랬냐는 듯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경험을 많이 해왔었죠.
이먼 신형 미니는 외모 보다도 확실하게 바뀐 1열 인테리어와 인포테인먼트가 가장 큰 관심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탑승
참으로 오랜만의 미니입니다. 조작에 대한 감을 잃어버렸을까 내심 걱정하기도 했는데 그저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처음 탑승하는 자동차이니 시트 포지션을 맞춰야겠죠.
의자를 제 몸과 자세에 맞춘 뒤 스티어링 위치를 맞추려는데, 앞뒤/위아래로 스티어링 휠이 한참을 움직입니다.
제 경험상 스티어링 휠이 밑으로 내려올 수록 팔에 힘이 적게 들어가고 운전이 즐거워지더군요. 이 부분은 푸조의 아이콕핏이 정말 모범생이었죠.
무튼 핸들이 한참을 아래로 눌러도 더 내려가지니, 내친김에 가장 아래까지 내려봅니다. 이미 전 신이나서 입고리가 귀에 걸릴랑 말랑 합니다. 두께는 또 어찌나 두툼한지요. 육성으로 웃음이 살짝 나왔습니다. 자동차의 스티어링 쥐는 느낌에 더 바랄 게 없습니다.
운전
이번 신형 컨트리맨은 운전하기가 굉장히 편한 자동차였습니다.
엉덩이만 들이밀면 자연스레 탑승으로 이어지는 절묘한 높낮이, 사방이 뚫린 시야.
SUV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운전하기 좋았어요. 적절한 편리함과 적당한 파워, 그리고 탄탄한 몸뚱이가 고루 균형잡힌 자동차 였습니다. 여럿 태우는 걸 감안했지만 여전히 'MINI는 운전자가 1순위'라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하게 됩니다.
MINI 3도어나 BMW 처럼 운전자를 살살 자극하지는 않습니다.
패들시프트도 없었고 고-카트(기존의 스포츠)모드에서도 RPM과 변속 타이밍을 살짝 늦추는 게 전부였습니다. 이에 공격적으로 운전하시는 분 께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됩니다만, 그렇다고 운전의 감각과 재미를 잃어버리지는 않았습니다. 여유로움과 피곤함의 경계, 그 중간에 적절하게 위치했다고 생각됩니다.
고속 주행을 제대로 해보진 못했는데, 풍절음은 잘 억제된 걸로 보였고 노면 소음은 다소 올라오는 편 이었습니다. 대화가 힘들 정도는 아니었으며 타이어를 바꾼다면 더 정숙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시승해본 모델에는 드라이빙 어시스턴트가 포함돼있었습니다. 앞차간격 유지 + 차로 유지까지 됩니다! 새가슴이라 정차 후 재출발은 못 해봤어요. 😅
기존 컨트리맨도 MINI 패밀리 중에서는 승차감이 좋은 편 이었지만, 이번 신형은 더욱 발전했습니다. 이젠 '뒤에 누구 태워도 괜찮을까' 이런 고민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불쾌하지 않게 말랑하지만 동시에 쫀쫀한, 우리가 보통의 자동차에 기대하던 바로 그 느낌입니다.
차체 크기가 커진 만큼 트렁크도 넓어져서 실용성도 올라갔습니다. 차가 이렇게 커졌는데 MINI라고 불러도 되는 것인가.. 라는 의문이 남긴 합니다만 사실 작금의 그 이름은 상징적인 것이라고 봐야겠죠. 나 혼자 타도 즐겁고 여럿 태우고 짐 싣고 다니기도 좋고. The New MINI Countryman S는 바로 그런 자동차였습니다.
인테리어
이번 신형 미니 라인업에는 아래와 같이 2가지 파격적인 변화가 있습니다.
- 계기판을 없애고 HUD(Head-up Display) 크기를 키움
- OLED 원형 센터 디스플레이와 T-map 내장 탑재
컴바이너 형 HUD는 굉장히 커졌고 내비게이션 경로 안내를 포함한 다양한 정보를 표시해주고 있었습니다. 향하는 시선이 계기판이 있었던 시절과 유사했으니, HUD가 계기판을 대체하는 컨셉으로 보입니다. HUD에 표시되는 항목들이 고정되지 않고 매우 변화무쌍하게, 또 테마(드라이브 모드)에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니, 익숙해지기까지 조금의 시간이 필요해보였습니다.
OLED 원형 센터 디스플레이는 버리는 공간 없이 화면 구석구석을 정보와 버튼으로 채웠습니다.
그 해상도와 매끄러움은 훌륭한 편 입니다만, 안그래도 알록달록 컬러풀한데 너무 많은 걸 표시해주다보니 정신이 없기도 했습니다. (한 화면안에 지도와 전방 카메라, 1열 공조기, 잔여 기름, RPM 등의 정보가 모두 표시됩니다)
그럼에도 내장 T-map 은 매우 훌륭하게 녹여냈다고 생각합니다. 시원하게 펼쳐진 내비게이션은 중간중간 전방 카메라 화면에 증강현실까지 입혀 내가 가야할 방향을 표시해줍니다. 저희 집 차량(볼보)처럼 '아리야'로 호출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응답하지 않더라고요. 딱 내비게이션만 넣은 것 같습니다.
독특한 직물 디자인이 많았는데, 페트병 145개 분의 재활용품이 사용되었다고 하더라구요. 무작정 가죽을 선호하는 타입이 아니라 전 이런 부분도 좋았습니다.
총평
2시간이 안 되는, 그것도 막히는 토요일 오후 시승이라 이 차와 제대로 친해지지는 못했다 싶습니다만, MINI가 보여주려는 모습이 뭔지는 알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 처럼 혼자서도 즐겁고 여럿도 부담없이 떠날 수 있는, '즐거운 패밀리카'에 부합하는 자동차를 시장에 내놨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MINI 컨트리맨의 분명하고도 뚜렷한 장점이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 입니다. '드라이빙 감각'에 힘을 준 나머지 인테리어 소재와 구성, 옵션에서 상대적으로 힘을 잃었습니다. 때문에 컨트리맨의 진가는 시승을 통해서 비로소 느낄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많은 분들이 MINI를 타보셨으면 좋겠어요. 잠깐이라도 직접 운전해보면 그 매력을 분명히 느끼실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 MINI 코리아에서 주관한 시승 행사에 바바리안모터스 MINI 목동 전시장의 지원으로 다녀와 작성된 시승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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