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경험] 폴스타(Polestar)2 싱글모터

2023. 8. 4. 23:55아이와 함께하는 자동차 리뷰

무채색에 가까운, 하지만 군더더기가 없는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햇살이 따가워진 날, 폴스타2를 만났습니다.

시승해본 차량은 싱글 모터에 나파가죽 시트 옵션까지 들어간 풀옵션 모델이었는데요. V60CC와 함께한 지 두 달이 되었는데, 형제차인 폴스타는 어떨지 궁금했습니다. 볼보에서 많은 부품과 전장 기술을 가져다 만들어졌을거라, 향후 볼보 전기차가 출시된다면 어떤 모습일지를 엿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외모


외모는 역시 호불호의 영역을 타니 좋다 나쁘다 평을 하긴 어렵겠습니다.
제 눈에는 나쁘지 않았어요. 토르의 망치를 고스란히 살린 전면부는 마음에 들었고 트렁크가 이어지다 툭 짤린 듯한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뒤가 길었다면 전체적인 비율이 어색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의 모습이 폴스타에서 만들 작은 세그먼트 차량을 그리라는 오더를 받은 디자이너들의 대답이었겠죠.

제가 폴스타2의 디자인을 좋아하는 이유는 (엔진없는) 엔진룸을 길쭉하게 뺐기 때문입니다. 전기차는 주행거리가 중요한데, 공기저항은 곧바로 주행거리에 영향을 미치니 다들 앞코는 짧아지고 둥글둥글한 형상을 하는게 요즘 분위기죠. 공기저항계수는 포기해버린 건지 모르겠지만, 볼보 기름차와 똑같이 세로로 뚝 자른 전면부와 long-nose 덕분에 폴스타는 우리 머릿속의 ‘자동차’다운 외모를 지니고 있습니다.

 

 

뒷 휀더가 넓게 튀어나온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베젤이 없는 사이드미러.

 

 


실내

 

(시트 제외) 가죽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플라스틱과 직물로 만들어진 실내는 볼보와 폴스타가 꿈꾸는 모습을 이야기해주는 듯 합니다.

볼보는 그동안 질 좋은 가죽을 사용하는 걸로 이름이 나 있었고 해외에서는 그래도 나름 프리미엄 내지는 럭셔리 브랜드로 분류되는데, 가죽을 사용하지 않고도 유지될 수 있을까요? 당장 눈에 보이고 손에 닿는 부분이라 소비자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텐데 경영진이 어떻게 이런 결정을 하게 되었을지 살짝 궁금해지네요.

화이트(우드)와 블랙이 적절히 섞인 인테리어.
폴스타의 실내를 보고 있으면 요즘 유행하는 인스타감성 카페가 떠오릅니다. 검은 돌바닥 위에 하얀 테이블, 하얀 돌벽에 걸린 검은 장식. 

깔끔하면서도 한편으론 차갑게 느껴지는데 마치 거실에 앉아있는 것 같습니다. 미술관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들어요.
풍요롭거나 다채롭지 않고 자칫 심심할 수도 있는 구성이지만 덕분에 질리지도 않을 인테리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고급스러운 느낌은 덜합니다. 럭셔리 브랜드를 꿈꾼다면, 그들이 앞으로 개선시켜야 할 숙제겠죠.

운전석이 좁다는 의견을 많이 접했었는데요.
센터콘솔이 높게 올라온 채 양 옆으로 퍼져있어 갑갑한 느낌을 줍니다. 그래서 좁다는 의견이 이해가 되더라고요.

 

 

화이트 우드(리얼 x) 트림과 직물 소재로 이루어진 실내 인테리어.
중앙 송풍구가 대시보드 위에 있습니다. 특이하죠?
풀옵션 모델이라, 고급 나파가죽 시트가 장착돼있습니다.
기본 컵홀더는 하나이고, 콘솔박스를 열면 하나가 더 나옵니다. 충격...
은은하게 동작하는 터치식 실내 조명.
2열 승객을 위한 다용도 고리. 마스크 등을 걸어놓는데 아주 유용하답니다.
사이드미러 뿐만 아니라 룸미러도 베젤이 없습니다.

 

 


공간


세간에 알려진 것 처럼 폴스타2는 넓은 자동차는 아닙니다. 
답답한 느낌을 주는 1열 뿐만 아니라, 2열은 발을 넣을 공간이 부족했습니다. 다소곳한 자세가 강요됩니다. ^^

사진을 남기질 못 했습니다만, 트렁크 공간은 제법 넓은 편 이었습니다. 눈대중으로 보았을 땐 1시리즈 해치백보다 넓고 3투어링보다는 좁아보였네요. 양 옆 폭은 작은 편이라 긴 물건을 가로로 싣는 건 어려워보였습니다. 

 

폴스타 2는 프렁크가 있어, 간단한 짐을 수납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내연기관 자동차의 엔진 후드 개폐방식과 동일해, 트렁크 문을 여는 것보다 사용하기가 훨씬 불편하고, 주행 중 햇빛으로 인해 프렁크 내부가 온도가 많이 올라가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완전히 고립된 독립적인 공간이라 어쩔 수 없는 거겠지요. 

 

 

시원하게 뚫린 글라스루프. 가림막은 없습니다.
폴스타2의 프렁크(Front-Trunk) 모습.

 

 


주행

 

인포테인먼트는 볼보와 100프로 동일합니다. 버튼들도, 스티어링도, 그외 모든 조작이 볼보와 닮은 게 아니라 그냥 볼보 차 그대로입니다. 이미 익숙해진 터라 제겐 편했네요.

 

계기판 대부분의 면적은 티맵 내비가 차지했고, 좌측 하단에는 속도 정보를, 우측 하단에는 배터리 정보를 보여주고 있씁니다. 폴스타2에는 HUD(Head-up Display)가 없는데, 적절한 크기의 계기판이 필요한 정보들을 필요한 만큼의 크기로 보여주니 큰 아쉬움이 없었습니다. 

폴스타 광고는 무채색 배경을 많이 사용하는 걸 볼 수 있었는데요. 이 자동차의 모습도 실제로 그러했습니다.
이 차는 다른 전기자동차에서 들을 수 있는,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미래지향적인 소리 따위 아무것도 없습니다. 필요할 때 모터가 돌아가는 소리와 자동차가 굴러가며 만들어내는 소리 뿐 이죠. 무미건조하고 솔직한 느낌입니다. 

모름지기 우리의 오감이 두루두루 채워져야 비로소 다양한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것인데 이 자동차는 그런 측면에서 운전자에게 선사해주는 즐거움이 약합니다. 소리가 없으니 귀는 심심하고 특유의 공조기 냄새도 없어 코도 덤덤합니다. 

"차를 재밌으려고 타?"

 

 

가장 중요한 지도는 큼지막하게! 나머지는 간결하게 필요한 정보만!
다양한 설정이 보기 쉽게 제공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운전 감각은 아주 좋았습니다. 
엑셀은 어느정도 깊게 밟아야 차량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제가 타봤던 전기차 중 가장 여유로운 세팅입니다. 볼보와 같이 느긋하면서도 안정적인 느낌을 주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세팅은 민첩함을 잃어버리기 십상이죠. 그렇지만 명색이 '전기차'인지라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민첩해질 수 있다. 싱글모터라도 말이죠. 

 

원페달 회생제동 세기는 경험했던 전기차 중 가장 좋았습니다. (낮음으로 설정했습니다.) 회생제동 조작은 제가 원하는 만큼 감속시키기에 편리했고, 정차를 위한 브레이크 조작으로 부드럽게 이을 수 있어 마음에 들었습니다. 

 

 

문짝은 볼보보다 훨씬 얇습니다.

 


스티어링은 날카로운 건 아니었지만 믿음직스러웠고 무게도 아주 적당했습니다. 핸들 조작에 즉각적으로 날카롭게 반응하지는 않지만 솔직하게 응답합니다. 

태생적으로 Fun Car는 아니지만, 스티어링과 엑셀 조작을 결합하면 Fun 해질 수 있는 자동차입니다. 차체가 길지 않고 폭이 넓지 않은 점도 이러한 운전감각을 선사하는데 일조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승차감은 양호한 편이라고 생각됩니다. 

1열은 안락했고 2열은 방지턱에서 툭 떨어지는 것이 조금 투박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요철을 지난 후 마무리가 어딘가 엉성하단 느낌을 받았는데 배터리 무게에 비해 서스펜션이 좀 떨어지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엉덩이피셜)
주행이 마음에 든다. 쫀쫀하다.는 소유주들의 글을 본 적이 있었는데 수긍이 갑니다. 

 

 

 

 


총평

 

폴스타를 타고 나니 DS 브랜드가 떠오르네요. 
‘럭셔리’의 정의를 새로 써 나가려는 브랜드의 노력. 자신만의 독창적인 색깔을 필두로 그 존재감을 인정받으려던 브랜드가 DS였습니다. 

폴스타도 DS와 유사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대중브랜드 보다는 상위의 포지셔닝을 취하고 있는데 가죽을 두르지 않고도 어떻게 럭셔리를 표현해낼지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이 엿보이는 듯 했습니다. 

아직은 부족하다는 뜻 이겠죠. 젊은 감각으로 잘 꾸며냈지만 충분히 럭셔리하다고 느껴지지 않았기때문에 이런 생각에 미치게 된 것일테니까요. 하지만 차량과 작별한 뒤 다시 V60CC로 돌아왔을 때 아늑하고 편안하기만 했던 실내가 갑자기 살짝 올드하게 느껴진 걸 보면, 현재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충분히 호감을 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현재 시점에서의 폴스타2(싱글모터)의 최고 강점은 '가격'입니다.

구동 방식이 변경되는 전무후무한 Facelift 를 앞두고 재고 밀어내기를 하는 중 이라, 4천만원 대에 이 자동차를 들인다면 정말 훌륭한 선택이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Facelift 후 주행 가능거리가 늘어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현재 버전도 400km 를 웃도는 주행거리를 가지고 있어 부족하진 않습니다. 

 

 



식구들과 아늑하고 편안하게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게 제일 중요하지만 컴팩트한 차체와 신뢰도 높은 스티어링으로 나름의 즐거움도 누리고 싶은 분들께, 요란하기 보다는 조용히, 티 내지 않고 실속만 챙기기를 즐기는 선호하는 분들께 폴스타2는 좋은 선택지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 차량 협찬: 폴스타 코리아